사형폐지 서명운동이 교회내에서 전개되고 있다.
흉포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사람들은 무심코 『저런 x은 죽여야 돼』라고 말하긴 하지만, 현장에서의 모습을 전해 듣게 되면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만은 결코 두번 다시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고 느끼곤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사형제도 옹호론자들은 지은 죄에 대한 징벌ㆍ범죄예방 효과 등의 이유로 사형제도의 존속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타당한 견해라 할 수 없다.
사형이 주는 「경고와 겁줌」을 통해 범죄를 줄일 수 없다는 것은 독일이 나찌시대ㆍ프랑스 혁명시기 등 사형이 횡행했던 때의 범죄가 사형이 거의 없었을 때보다 오히려 더 많았다는 지나간 시대의 사례까지 들출 필요도 없이 현재의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미국의 50개주중 사형제가 실시되는 주는 36개주인데, 사형이 집행되고 있는 주들이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 주들보다 살인사건 발생률이 평균 두배나 높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또 사형제가 실시되는 주의 범죄는 그렇지 않은 주의 범죄보다 훨씬 잔인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복음을 받아 들이고 하느님을 믿는 이들은 무엇보다 사형제가 복음에 정면 위배된다는 사실을 과해선 안된다.
흉악범은 흉악범이 되도록 까지 방치한 가정이나 사회에도 책임이 없는게 아니다. 무엇보다 죄를 지은 이가 회개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가지며 배려하기보다 삶의 희망을 송두리째 박탈하는 행위를 그냥 묵인할 수는 없다.
미국의 경우 인구수로 대비, 흑인이 처형되는 예가 백인에 비해 4배나 많을뿐아니라 흑인에 의해 백인이 희생되면 처형되고 반대로 백인에 의해 흑인이 희생되면 정당방위로 인정받는게 통례가 되다시피 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 사형제는 인간에 의해 악용되고 있다는 감을 지울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유전무죄」「무전유죄」라고 하는 말과 같이, 돈과 배경이「생과 사」의 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가 되어왔다는 것은 부정되지 못하리라.
사형집행은 또 정권유지의 방편으로 이용돼, 수많은 이들이 정권욕의 희생물이 되어왔다는 사실도 사형제의 부당함을 지시해주고 있다.
사형제가 폐지될 수밖에 없는 제도인 것은 인간의 존재론적인 문제에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 비록 3심을 거친다해도 하느님처럼 완전할수 없다.
법관이나 행정 책임자가 인간의 생사여탈권을 쥘수 있다는 것은 도무지 억지다.
인류역사는 이런 오판때문에 예수를 비롯한 수많은 성자와 의인을 죽여왔고, 한국의 최근세사만 해도 많은 오판으로 인해 무죄한 이를 희생시켜 온 사실이 말해 주는 바를 숙고해야 할것이다.
사형수들을 교화하면서 사형제의 부당함을 수없이 체험한 서울대교구 교도사목회가 주관하여 펼치는 「사형폐지 서명운동」에 전국의 신자들이 동참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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