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때가 되어 식사 준비를 하는데 레지오 부단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의 첫 대녀인 데레사 자매의 소식이었다. 둘째 아들이 거래상 술을 마셨는데 몸에 과했는지 차에 실려왔다고 한다. 집에 와서 보니 심상치 않아 병원에 입원을 시켰는데 닷새째 의식불명인 상태였다고 했다. 아무래도 오늘이 고비인것 같다는 말씀과 함께 기도하러 가자고 했다. 죽음을 생각해 연도회 회장님에게도 연락을 했다고 한다.
이 무슨 날벼락인가?『주님! 안됩니다. 깨어나 건강을 회복하게 하소서. 주님도 아시지요 데레사의 신심을. 주님을 믿고 의지하고 주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그 많은 봉사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데레사의 얼굴에 그늘이 지면, 당신은 착하고 충실한 딸을 하나 잃게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분입니다. 은총을 베푸소서』
집안일을 대충 보아 놓고 레지오 단원과 함께 병원으로 달려갔다.
데레사는 아들의 현 상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식이 깨어나지 않으니 그 안타까움과 걱정은 역력했다. 이때 데레사 자매의 큰 아들이 천사들에게 바치는 긴급한 기도문을 여러 장 복사해서 가져 왔다. 우리는 복도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기도를 했다. 깨어나기 보다, 혹시나 죽더라도 주님께서 받아 주시길 바라며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의사 한분이 오시더니 환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제는 깨어날 가망이 있다고도 했다.
『오! 주님 감사합니다…』정말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너무 기뻐서 우리 모두는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기도의 은총이 이렇게 큰 것인 줄 미처 몰랐다고 우리는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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