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독으로 생활할 수 없고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는 존재이다. 각각 욕망을 달리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충돌 될 수도 있고 사회 전체의 이익과 개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을 때도 많다. 이러한 경우에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하여 구성원에 대한 행동을 규율할 규범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간사회생활을 규율하기 위해 필요한 질서규범을 일반적으로 가리켜 법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법 제정의 목적은 사회 질서를 확립하고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여 인간이 함께 살며 함께 일하기 위한 공동선을 구현 하는데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입법자들은 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할 때 항상 공동선을 추구하도록 하여야 한다.
법무부는 형사법 개정 특별심의 위원회를 구성하여 7년동안의 연구와 검토, 그리고 많은 회의를 거듭한 끝에 1953년에 제정된 형법에 대한 전면적인 개정시안을 마련하여 입법 예고하였다.
이 개정시안을 공청회와 법제처 심의 및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친 후에 정기 국회에 상정하게 된다. 국회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되면 형법개정에 따른 관련형사법 조정작업과 국민계몽을 위해 2년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95년 1월께 부터 시행할 방침으로 법무무가 39년만에 형법을 개정하는 것은 낡은 법률이 급속한 시대적 변화와 사회환경을 따라가지 못하는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를 없애기 위한 것이라면서 개정의 기본 방향을 기본권 보장에 관한 헌법정신을 구현하고 신형법 이론에 맞추어 범죄론을 재정비하며, 형사 정책적 요청에 따라 형벌제도와 형량을 정비하는데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실 형법이 살아있는 규범으로 그 기능을 다하려면 가치관이나 사회 경제 생활의 변화에 따라 필요가 없어진 행위는 제외하고 사회적 규제가 필요한 행위를 새로 마련하여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개정의 이유는 현행 형법은 제정 당시에 일본 형법을 사실상 그대로 모방하였기때문에 국가 우선 주의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어 이에 대한 완전 삭제가 요구되고 있으며, 처벌에 엄격한 대륙법 계통을 수용한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처벌과 동시에 교화한다는 형벌제도의 본래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했다. 그래서 형법 개정 시안의 법체제를 기존의 총칙, 국가, 사회, 개인 법익의 순에서 총칙, 개인, 사회, 국가 법익의 순으로 바꾼 것과 국가 우선 및 전시의 잔재가 남아 있는 조항을 삭제한 것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의 개인의 존엄과 기본권보장을 부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고 보호관찰, 사회봉사, 명령 등 영미법계의 형벌제도를 수용한 것은 범죄자의 불필요한 인신구속을 막고 사회내 교화라는 법이상에 보다 접근할 수 있는 기률을 마련했다고 본다.
그러나 그 동안 여론이 비등했던 고문 방지 및 인권보호를 위한 조항과 변호사 접견권 강화 조항이 빠져있고,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병확보 방법의 하나인 임의 동행이 사실상 강제 연행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폐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형법은 인간의 죄와 벌을 다루는 실제적 기본법이므로 국민의 기본권이나 일상생활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입법자들은 감안하여, 미비한 점에 대하여 여론을 수렴하여 인권 신장과 공동선을 적극 구현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보완하여 개정하기를 바란다. 그런데 법이 비록 정의롭고 공동선을 지닌 완전한 법으로 개정되었다 하더라도 그 법이 편견이나 차별속에 엉뚱하게 적용하여 진행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법이 고유의 목적을 구체적으로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강제성을 지닌 공권력을 가져야 한다. 법이 강제성이 있는 국가 공권력의 행사로 그 준수가 보장되고 공동선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정의가 되기때문이다.
사목헌장 74항에서 국가의 목적은 바로 공동선이고, 국가의 권리는 공동선을 추구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라고 한다. 회칙「지상의 평화」65항도 공권력의 존재 이유가 공동선이고 공권력은 공동선을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사실, 국가와 위정자는 공동선의 실현을 위해서 존재 하는 것이며, 그것을 추구할 경우에만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국민에 대하여 권리를 갖게 된다. 공동선이야말로 권력에 기본권리를 부여하는 명분인 것이다. 국가 공권력이 공동선을 완전히 실현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모든 국민이 그들의 권리를 확고히 보장받을 때이다. 그것이 결여될 때에 사회는 붕괴되고 국민들이 공권력에 저항하며 폭력과 테러가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LA폭동 사건에서 우리는 보았다.
우리 나라에도 아직 공권력을 남용하여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을 유린하는 사례가 많다.
다음은 근간에 「행인 강도로 몰아 물고문」이라는 제하로 보도된 신문 기사 내용이다. 「경찰이 30대 행인을 불심검문하여 상해 용의자로 몰아 파출소로 연행하여『좋은 말로 할때 불라』며 집단폭행하였다. 형사들이 법행사실을 계속 부임하는 용의자를 의자에 거꾸로 처박은 채 컵에 물을 따라 코와 입에 붓는 등 물고문까지 했다. 경찰은 행인의 알리바이가 증명되자 3시간여만에 풀어주었다」
위의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미국에서 전국적 분노를 촉발시켰던 너무나 분명한 경찰관들의 인권유린 및 폭행으로 인하여 일어난 LA폭동을 유발시킨 사건보다 더 심각한 사건이라고 본다.
흔히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고 한다. 대단히 불행하게도 이러한 맹랑한 현실이 우리나라에서 법을 집행하는 막강한 국가 공권력과 우리 국민사이에서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권력에 대한 불신이 위험수위에 달하고 있다.
법이 공동선을 구현하기 위해 정의롭게 제정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법이 정의롭고 공평성을 잃지 않고 편견없이 집행되어야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참된 공동선이 구현되는 안전되고 평화스러운 사회가 이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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