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흘러 4개월이 지난후 서울 경향잡지 기자라며 전화가 왔습니다. 우리집에 인터뷰하러 온다는 것이었죠. 저는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인터뷰할만한 사람이 못되니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는 윗사람의 지시라 승락 안해주면 그냥 내려갈 수 밖에 없다며 전화를 끊는 것이었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예수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감추어둔것은 나타나게 마련이고 비밀은 알려져서 세상에 드러나게 마련이다」하신 말씀. 예수님께서는 이 보잘것없는 나를 조금이라도 드러내 보이시고 싶으신가보다 하고 주님의 뜻이라면 뜻대고 하소서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며칠후 기자가 와서 하룻밤을 지내며 인터뷰하고 우리의 생활을 확인하고 갔습니다. 89년 5월호에 실릴거라고 하더군요. 얼마후 책이 나왔습니다. 저는 주님앞에 앉아 지난 3년동안의 삶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많은 고통과 어려움은 있었으나 두번씩이나 잡지에 실릴만큼 잘하고 살지도 못했는데 주님앞에 죄송스런 마음뿐이었습니다. 저는 주님께 의지하고 믿는 마음이 없었다면 남들이 말하듯이 진작에 모든것 뿌리치고 나갔을지도 모릅니다.
13평 조그마한 아파트,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제가 밖에 나가는 것을 보면 서로 주고 받던 말들을 중단하고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았습니다. 남을 위한 삶이 아니고 주님께서 이 보잘것없는 나를 택하셔서 어려운 이 가정에 보내주셨으리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남의 말을 하기좋아하는 사람들, 요즘 저를 보면 처음에는 모여 앉기만 하면 제 이야기하느라 심심치 않았다고 말합니다. 『병든시어머니에 불같은 남편성격, 극성스런 아이들, 살아야 얼마나 살겠어. 아마 한달도 못살고 갈거야』했는데『이제는 은정엄마 다시 보아야겠어. 내속으로 낳은 자식도 귀찮을 때가 한두번이 아닌데 남의 자식을 어떻게 넷씩이나 키우며 살아요. 신앙인은 무엇이 달라도 다르군요』하며 자기들은 이제 은정엄마 이야기를 하려면 「천사아줌마」로 통한다며 웃어주기도 한답니다. 그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삶에 보람을 느낀 답니다.
이웃도 이제는 나를 좋게 보아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합니다. 또 저를 아는 자매님들은 저만보면 십자가가 너무 무겁다고 하며 하느님이 축복하시어 언젠가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거라는 말도 해줍니다. 그래도 저는 나보다도 더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도 많으리라 생각하고 십자가를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라면 어찌 욕심이 없겠습니까. 허나, 모든것 억제하고 현재 생활에 만족하며 마음을 비우고 예수님을 모시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 것입니다. 또한 지금까지 아이들을 키우며 남의 자식키운다고는 꿈속에서도 생각 해 보질 않았습니다. 아이들 역시 새엄마라고 마음에 접어두는것 같지 않아 늘 고맙기만 하답니다. 정해준 덕분으로 89년 12월 8일에는 주님의 은총이 저에게 내렸습니다. 충무시에서 선정하는 장한 아내상을 받게 된 것입니다. 저는 그순간 주님께 감사하는 마음과 게가 살아온 3년이란 세월속에 저의 삶을 회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저는 상패와 상금 50만원을 가지고 곧바로 성당으로 갔습니다. 먼저 하느님 제단앞에 놓고 주님께 감사와 영광을 드리고 예수님과 약속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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