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의 탄생으로 온 누리에 구원의 빛과 희망이 가득한 오늘, 참 생명의 말씀으로 육화되어 우리 앞에 오신 그분 앞에서 가톨릭신문사 가족과 한마음으로 경배하오며 주님께 찬미와 노래를 부릅니다.
지난 92년 10월21일 저의 종신서원과 나이지리아 복음화와 선교의 터전이 될 「성바오로 서원」축성식을 전후로 보내주신 축하의 글과 성탄카드에 일일이 마음담아 기쁨을 함께 나누어주신 가톨릭신문사 가족 여러분께 정말 무어라 감사의 말을 이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성모님의 보호속에서 사랑과 온정을 나누어 받고 드러난 일치속에서 하느님께서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고 계신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보내주신 글을 읽고 또 읽어가면서 마음껏 기뻐했고, 주어진 소망앞에 자주 숙연해지고 힘겨울때 옆에서 힘이 되어 주셨음에 넘치는 위로와 용기를 받았습니다.
서원 개원 후 여전히 쉴사이 없이 바쁜 나날입니다. 많은 영적도서들이 지난 10월과 12월 영국과 필리핀 인디아,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속속 보내져 왔고 미국에서도 보내져 올 예정입니다. 케냐의 성바오로딸 수도회로부터 다량의 서적을 구입해 둔 것은 좋은 결과를 맺었습니다.
요즈음 서원에는 이바단교구 알라바 욥 주교님을 비롯하여 타 교구 주교님들의 내방과 당교구내 서원 개설 요청, 수도 성직자, 평신도 형제ㆍ자매님들의 방문이 끊임없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서원 일은 주어진 조건에 맞춰 현재 두 분의 신부님들과 함께 번갈아 돌보고 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기 때문에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 준비 된 것은 건물외에 아무것도 없지만 93년에는 2층에「미니-미디어 센터」를 개설할 예정입니다.
미니-미디어는 이곳 경제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가장 효과적인 사도적 수단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값이 저렴하고 소지하기 간편한 소책자와 성경이 이들에게 커다란 선호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안에 심어진 신앙의 씨앗으로 아직 해결할 일도 많고 순서를 정해 해야 할 일도 많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결코 외롭지 않은 보람의 나날을 보내며 저는 무척 행복하게 삽니다.
일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이곳에서의 선교의 느낌은 매우 희망적이고 건설적입니다. 정치적 지역적으로 전체 국민의 60% 이상이 회교도이지만 살아 움직이는 신앙에서 밝은 교회의 미래를 볼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아프리카 교회는 살아움직이는 교회, 태안의 아이가 뛰노는 듯한 인상의 성령충만한 교회의 모습입나다. 정말이지 형식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신앙토착화의 발빠른 행보로 기쁨의 생활을 하는 이들의 깊은 신앙은 놀랍습니다. 정말 신앙은 기쁨의 원천이요, 은총의 선물입니다. 지속적인 신앙교리만 잘 이루어진다면 아프리카의 미래는 무척 밝다고 전망합니다. 또 성소가 너무 많아 분별선택의 지혜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현재 나이지리아 이반다교구내에는 교구 사제(26명)보다는 상대적으로 아일랜드계 수도회와 외국 선교사들이 숫적으로 우세할 뿐더러 본당과 특수사목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역민들이 선교사들에게 베푸는 존경과 친절은 극대하지만 선교사들에게는 항상 예기치 못할 신변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먼길 나들이나 야간에는 꼭 수단을 입고나서야 안전합니다.
백인들은 돈이 많다는 그릇된 인식이 주된 원인이지만 군사정치와 심화된 경제문제와 인상된 물가들이 서민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고, 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가 무작정 대도시로 몰려드는 사회병리현상들은 더욱이나 어려운 서민생활에 범죄를 낳는 사회불안요소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일확천금을 노리는 몇몇 이들은 차량 탈취, 총기를 사용한 인명살상 행위까지 서슴치 않고 행합니다. 그 표적의 대상이 선교사들에게까지 향해져 있으니 큰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선교사들에게는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전하는 일 이외도 교회와 사회의 가난한 이들로부터 물질적 도움과 원조를 바라는 부탁이 자주 들어옵니다. 이상하게 들릴수 있으나 저를 포함해서 모든 선교사들에게는 공동체와 개인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위한 배려 차원으로 돈을 필요로 합니다.
습관적으로 도움을 바라는 이들은 돈을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끼니 먹고살기 위해 최소한의 요구를 해오는 그들 앞에 값비싼 책을 그저 줄수도, 사라고 권할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저 말로만 잘 지내라고 할 수 없는 곤혹스런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청을 드리고 싶은데 무엇이라도 좋으니 복음선교에 도움이 될 물건들이나, 의류, 생필품, 쓰다 버리기 아깝다고 싶으면 모아 언제라도 비행기편이나 배편으로 주소 표면에 FOR MISSON이라 적어 보내 주세요. 여기서는 버릴것 하나 없고 다 소중하게 사용됩니다. 부탁드립니다.
저의 수도생활에 많은 영적 도움을 주고 계시는 가톨릭신문사 가족 여러분들의 가정에 다가오는 새해 저의 사랑을 듬뿍 드리고 천상 은총의 어머니이신 성모님께서 언제나 지켜주시고 도와주시도록 간절히 빕니다.
그럼 늘 기도안에서 만나뵙기를 소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나이지리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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