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애기 대소변 받아내고 기저귀 빨고 아침 일찍 일어나 가게 봐 가면서 하루종일 앉을 시간도 없이 일을 해도 몸살 한번 나지 않고 있으니 동네 아줌마들에게 억척스러운 여자라는 소문이 났습니다. 다리가 조금씩 좋아지니까? 팔공산 갓바위 약사여래불에 가서 불공을 드리면 한 가지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는 사람과 새벽에 갓바위까지 다녀오는 것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 씩 가는데 동행할 사람이 없으면 혼자 새벽 한시에 택시를 타고 산 밑에 내려 산 위에까지 혼자 올라가도 무섭지도 않고, 불공을 하고 집에 도착하면 6시 정도 그러면 잠도 자지 않고 하루를 또 시작하니 로보트보다도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무신론을 주장하고 살았는데 아내가 저렇게 나를 위하여 새벽에 목욕까지 하면서 지성을 다하는데 다니지 말라고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한쪽 마음에서는 일어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좋아. 아내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그러기를 석달 가까이 되었을 즈음 누워서 다리가 90도 정도 올라가는 것입니다. 정말로 신기하기만 하였습니다. 몸이 허약하면 빨리 낫지 않는다고 쇠꼬리 곰탕에 한약 또 신경 살아나는데 좋다는 고양이, 알면 먹지 않는다고 곰탕으로 속여 먹은 뱀탕까지 좋다는 것은 모두 먹어야 했습니다.
한여름이라 지압 받으러 가면 몇 시간씩 기다리니까 엉덩이 욕창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욕창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약만 계속 바르고 다녔습니다. 걸을 수만 있으면 그것은 아무 병도 아니다. 다리는 자꾸 좋아지고 있으나 상처는 자꾸만 커졌습니다. 이제는 누워서 양 다리로 번갈아가면서 연속으로 들 수 있고 쪼그리고 앉아서 변기통에 대소변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욕창이 너무 심해 약을 발라도 되지 않으니 누군가 훈(담배모양)을 하면 잘 낫는다 하여 사다가 연기를 상처에 쐬고 나니 낫기는커녕 더욱 악화되고 말았습니다. 약방에 좋다는 약 다 써보아도 소용이 없어 수입약 몇 만 원짜리까지 발라도 역시 소용이 없었습니다. 지압도 벌써 7개월 정도로 양쪽에 부축하여 걸으면 방 몇 바퀴는 걸을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좋아지지 않았으면 벌써 병원에 가서 수술이라도 했을텐데 조금씩 좋아지니 그럴 수도 없고 마음은 조급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때 아내는 욕창이 너무나 심했기 때문에 내심 항상 불안하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압하는 곳이 일층에서 이층으로 옮겨 또 문제가 생겼는데 아내는 이번에도 이층까지도 단숨에 업고 올라갔습니다. 아내의 등에 있는 나는 무엇이라고 말할 수 없는 감사함과 미안함이 함께 작용하여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나의 약한 마음을 보여서는 안된다. 저렇게 나를 위하여 모든 것을 다하며 희생하고 있는데, 하루는 아내가 심각하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욕창이 너무나 심하니 병원에 한번 가보자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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