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우리나라 부모들, 특히 어머니들이 자녀들에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말은『공부하라』는 말이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몇 년 전, 믿을만한 기관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비추어보면 자녀들에게 공부를「강요」하는 것이 부모들의 마땅한 권리같은 생각이 들기는 한다.「입시지옥, 시험지옥」배움을 향한 신성한 과정이 지옥으로 묘사되는 이 불행한 현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우리 앞에 전개되고 있고 국가도, 사회도, 학교도, 가정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혹자는 개성도, 특징도 없으며 그렇다고 실질적이지도 못한 우리의 교육제도와 그 시행의 부작용을 지금, 이 시대, 우리가 겪고 있는 것이라고 혹평을 한다.
갈수록 부족한 기술 인력에 비해 수요가 극히 한정된 고급인력만을 무작정 배출해온 우리의 신교육 1백년사는 격변과 굴곡으로 얼룩진 혼란한 정치사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탄생한 사생아 중에 하나일 뿐이다. 마음먹고 기획한 제도 속에서 성장해온 교육이 아니라 임기응변으로 살아남아온 흔적이 바로 오늘 우리가 고민하며 안고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라는 것이다.
물론 교육은「써먹기 위해서」만 실시하는 것은 아니다. 사고(思考)하는 인간에게 있어 교육은 자연스럽고 정당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보다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 양질의 삶을 위해서도 역시 교육은 도움을 준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핵심 속에는 그간의 우리 교육이 인간다운 삶이나 양질의 삶을 위한 교육이라는 지고한 목표보다는 무작정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고급인력의 양산에 목표를 두고 왔다는 사실이 포함돼 있음을 인지해야만 할 것이다.
적재적소에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할 뿐더러 배출한 인재조차 놀리기만 하는 우리 현실, 불필요한 고급인력의 양산으로 국력을 낭비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 그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우리 교육이 인간적 성숙이나 진리추구보다는 상급학교 진학이라는 명제에 보다 큰 목표를 두어온 일반적 인식으로부터의 전환은 지금 당장 필요하다. 최근 들어 교육제도에서 파생되고 심화된 부작용의 돌출로 교육관계자들이 자극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교육을 위해서나 인간 개인을 위해서나 다행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만일 우리가 간판을 따기 위해서 상아탑을 찾지 않게 된다면 그것은 개인적으로는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일이 될 것이다. 부모와 더불어 가정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삶의 활로를 되찾는 막중한 일을 시작해 볼 수도 있다. 목표조차 없는 대학을 가기 위해 온가족이 쏟아야 했던 정열을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위해 집약한다면 아마 우리의 가정들은 매일처럼 신나는 일로 가득할지도 모른다. 위아래가 뒤바뀐 가정의 질서가 회복될 것은 당연한 순리다.
교육제도의 개선으로 우리가 개혁해야 할 수많은 일 가운데 가장 우선이어야 할 사항은 바로 책 읽는 습관의 회복이라 보고 싶다. 어떤 학자들은 책을 많이 읽는 민족이 미래를 지배한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책의 중요성이 과장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책은 우리가 얻어야 할 모든 지식의 보고라는 점에서는 참으로 수긍이 가는 말이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고 한 안중근 의사를 비롯 세계의 현인과 석학, 영웅들은 한결같이 책읽기를 삶의 중요한 지침으로 제시하고 있다. 책을 남보다 많이 읽은 사람만이 남을 지배하고 남보다 앞선 삶을 누릴 수 있었음을 그들은 삶 자체로서 증거하고 있다.
최근 여러 조사기관이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책을 읽지 않는 민족으로 분류된 바 있다. 입시에만 매달리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 책은 시간이 없어 못 읽는 대상이었으며 사회에 속한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네 그 습관은 쉽사리 고쳐지지가 않았다. 책읽기가 습관적 행위라는 말이 진정 실감이 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톨릭 신자들이 책을 덜 읽는다는 사실은 이미 공개된 내용이다. 신자가 되어서 책을 읽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신자가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신자들이 책과 거리가 멀다는 사실은 틀림이 없다고 한다. 책을 읽지 않는 민족, 그중에서도 책을 더욱 안 읽는 신자, 이쯤 되면 특별한 관심과 자각이 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올해는 우리나라가 정한「책의 해」다. 책의 해 설정은 쉽게 말해 올해 우리 모든 국민이 책을 좀 읽자는 뜻이 담겨 있다.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온갖 시련이 어쩌면 책을 멀리해온 우리 국민 모두의 탓이 아닐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조차 들기도 하는 이 마당에 적절한 운동이 아닌가 싶다.
삶을 풍요롭게 하고 지혜롭게 하며 영성적으로도 자신을 살찌울 수 있는 책, 그 책을 읽자는 캠페인이 특별히 필요한 나라, 조금은 우울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해는 책을 읽지 않는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들의 첫 번째 선생님이다. 하루 종일 TV만 시청하는 엄마, 고스톱 치노라 밤새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가 저절로 책을 잘 읽는 아이가 되기란 쉽지 않는 노릇이다. 책을 읽는 부모 밑에서 책을 읽는 아이가 자라남은 자연스럽다.
올해는 공부하라는 말 대신「책 좀 읽으라」는 잔소리로 우리의 아이들을 귀찮게 해보면 어떨까 싶다. 그 책속에 아이들이 자기의 미래를 찾아가는 정답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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