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슬라비아의 내전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있다. 최근 해결사로 나선 유엔과 EC(유럽공동체)가 유고 내전의 주도권을 쥐고있는 세르비아공화국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 결정을 내리고는 있지만 사태 해결에는 아직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미국, 유엔, 그리고 유럽공동체 등 서방세력들이 경제제재라는 이름으로 공동전선을 펴면서 세르비아의 숨통을 조이고는 있지만 세르비아공화국은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대한 공격의 틈을 결코 늦추거나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아 보이기때문이다. 물론 이같은 힘겨루기는「세르비아의 버티기」와「미국을 비롯한 서방측의 제재강도」간의 실제적 싸움의 성패를 기다려 보아야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있을것 같다.
유고내전의 개입을 꺼려하던 미국을 중심으로 기타 서방세계가 견재체제로 돌아선것은 보스니아의 수도「사라예보」에 대한 세르비아의 무차별 공격에 기인하고 있다. 이미 외신을 통해 알려진바대로 세르비아의 공격으로 사라예보를 중심으로한 인접 도시들의 병원, 학교등이 파괴되었고 무고한 인명들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결과론이지만 유고의 내전은 유고의 개혁, 개방과 더불어 이미 예견이 된바있는 사건이라 볼 수 가있다. 복잡한 형성과정을 안고있는 유고의 역사가 이를 말해주고 있었고 따라서 개혁과 개방은 곧 「내전」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로 보아야 한다는게 많은이들의 진단이었다.
현재 문제의 핵심에서 여타 공화국에 대해 공격의 강도를 더해가고 있는 세르비아, 몬테네그로를 비롯, 공격의 대상이 되고있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그리고 크로아티와 슬로베니아등 모두 6개공화국, 2개의 자치주로 구성된 유고라는 나라. 30여개의 다민족 국가로 구성된 이 나라의 운명은 모자이크로 접합이 된 그 역사만큼이나 난해할 수 밖에 없다는게 일반적인 평이다.
2차대전의 영웅, 티토를 중심으로 하나로 묶였던 이 다양한 민족은 강력한 지도자 티토의 죽음, 그리고 개혁과 개방이라는 새로운 물결앞에서 쪼개지고 분해될수 밖에 없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국가의 위기라는 명분, 강력한 통치력이라는 명분이 퇴락한 지금, 더이상 이 다민족 국가를 하나로 붙잡아둘 명분이 없어진 셈이라고 할까.
유고의 내전이「강건너불」로만 여겨지지 않는 것은 지난 90년10월 이제 막 개혁의 문턱을 넘고있는 유고를 그 현장에서 지켜볼 기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유고로의 여행자유화가 선언된 직후, 스터디그룹의 일원으로 방문한 당시의 유고는 이미 그해 4월 슬로베니아공화국이 공화국중 가장 먼저 자유총선을 실시하는등 공화국 해체를 향한 몸살과 진통이 예견되고 있었다.
일찌기 자국민의 여행 자유화를 실시, 외화를 벌어들이고 사회재산의 노동자 관리라는 제한적 자유경제제도를 도입, 경제성장을 꾀해왔지만 유고의 각 공화국간의 경제적 격차는 엄청나게 벌어져 있었다는 사실이 그중 하나의 요인같았다. 잘사는 공화국과 그렇지 못한 공화국간의 차이는 10여배에 달하고 개인간의 격차는 15배까지 벌어진 경제적 불균형은 티토라는 국민적 영웅의 퇴장과 함께 이 다민족국가의 일치를 뿌리채 뒤흔들고 있는것 같았다.
더구나 유고가 안고있는 또 하나의 걸림돌은 가톨릭, 세르비아정교, 이슬람 등으로 확연히 구분 되어있는 종교적 갈등인듯했다. 현재 유고분쟁의 핵심에서 파괴당하고 있는 「사라예보」가 이슬람의 중심이라면 지난번 공격으로 초토화된「자그레브」는 가톨릭, 그리고 범세르비아주의의 본고장「베오그라드」는 그리스정교의 본산지라 할수가 있다.
종교의 다양화는 각기 독특한 문화를 창출해 내고 있었고 유고의 매력은 바로 그점에 있는듯했다. 90년 당시 자그레브의 유서깊은 성당들과 여러도시를 돌아보면서 나는 다양한 전통문호의 보존에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내가 알고있는 사회주의 국가들에 대한 고지식한 선입견도 그때 많은 수정을 할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유고의 아름다운 성당들, 문화유적들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파괴를 당하고 있다. 종교를 거부하는 사회주의체제하에서도 간직해온 이 빛나는 유산들이 로켓포에 무너져 내리고 있는것이다. 세르비아의 폭격으로 파괴당한 이들의 유산가운데는 세계적 휴양도시이자 성채도시인「드브로브닉크」가 포함돼있다. 관내에 프란치스꼬 성당을 자랑하고 있는 이 아드리아해의 보물, 드브로브닉크는 1, 2차 대전을 포함 무수한 외세의 침입에도 보호된 유고의 자랑이라고 했다.
그뿐이 아니다. 새로운 순례지로 떠오르고 있는 「메주고리에」도 이미 세르비아의 무차별 공격을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아직 교회의 공식적인 인준을 받지못한 상태이지만 메주고리에는 지난 10여년간 세계 신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많은이들의 신앙을 키워온 보이지 않는 유고의 자랑이었다.
외세의 침탈앞에서도 끄덕없이 보호해낸 이들의 자존심, 문화적 유산이 민족간의 갈등으로 파괴를 당하고 있는 나라, 유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가 있을까! 과연 서방세계의 개입이 더 이상의 무고한 인명을 해치지 않고 더 이상의 문화적 유산을 짓밟지 않도록 할 수 있을까.
유고의 아픔을 지켜보면서 새삼 우리 인간의 이기심 앞에 분노가 솟아오른다. 우리 인간의 나약함의 뼈가 저리게 아프다. 유고의 평화에 하느님이 역사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우리의 기도를 보태자고 호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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