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하철로 출퇴근을 시작한지도 5년째 접어들었다. 우리 부산에 지하철이 등장한지 8년, 그러니까 부산지하철 역사의 반이상을 지하철과 같이 한 셈이다. 처음에는 부근에 사는 직장 동료 4명이 한 조가 되어 이중에 한 동료가 운전하는 자가용 편으로 출근을 했으나 한 사람, 한 사람 자가용 마련해 독립(?)해 나가는 바람에 나중에는 혼자만 남게되어 지하철을 이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지하철을 이용하고서부터 나에게는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첫째는 육체적인 즐거움이요, 둘째는 정신적인 즐거움이 바로 그것이다. 일상적으로 체험하는 일이지마는 요즈음 우리 부산의 만성적인 교통체증은 한계에 다달았다. 그 가운데서도 아침 저녁 출퇴근길에 시민들이 겪는 고통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남들이 부러워하던 손수운전자들에게 자가용은 느림보 운행과 주차난으로 문명의 이기가 아닌 거추장스런 물건으로 변해버렸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찜통 같은 만원 버스속에서 시달리다가 막상 직장에 도착하면 육체적으로 이미 지쳐 있다. 그런데 지하철의 모습은 이와 너무 대조적이다. 우선 만원 버스처럼 복잡하지 않아 생생한 기운으로 출근할 수 있고, 직장까지 소요시간이 짧아서 편리하고, 게다가 겨울에는 따뜻한 바람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까지 넣어주니 그나 좋은가?
나는 또 지하철을 이용한 후로 묵주신공과 독서하는 습관이 몸에 배이게 되었다. 지하철 좌석은 기차와는 달리 양쪽에서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배치되어 있어야 마주앉은 사람들의 시선처리가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다.
또 지하철 안에서 보내는 왕복 1시간이상의 시간도 도시인들에게는 아까운 시간이다. 그래서 첫날부터 단단히 결심하고 「1일 1독서」를 실천에 옮겼던 것이다. 처음에는 날마다 책을 읽는 것이 고역이었다. 그러나 일단 습관화가 되자 요즈음에는 맨손으로 출근하면 뭔가 빠뜨린 것 같고 허전하게 느껴진다. 이런 즐거움은 부산시민 가운데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이런 즐거움 때문에 오늘도 나는 유쾌한 발걸음으로 집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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