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제 속말을 당신에게 하겠습니다
얼마 전 산엘 갔었습니다. 꽤 높은 산이었습니다. 허덕거리며 돌들이 깔린 길을 올라갔습니다. 저기가 정상이구나 싶은 바위가 보여, 있는 힘을 다해 그리로 올라갔을 때, 그러나 그 바위는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그 바위를 돌아가 있는 더 높은곳에 그 산의 끝바위가 또 하나 있었습니다.
그 산은 말하자면 정상을 숨겨놓고 있는 산이었다고나 할는지요?
다리를 질질 끌다시피하며 다시 걸어 올라갔습니다. 실은 그쯤에서 주저앉고 싶었지만 그 꼭대기의 바위는 저에게 마치 「뭘 그리 머뭇거리는가」고 꾸짖기라도 하는 듯 높은 눈을 흘기며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그 꼭대기의 바위로가는 길은 무척 험했습니다. 이제까지의 길처럼 돌들이 깔린 정도가 아니라 작은 바위들이 삐죽삐죽 가파른 모서리를 드러내고 있는 길이었습니다.
발바닥이 아팠습니다.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닿은 바위의 보드라운 살, 거기 이르렀을 때 바위는 드넓은 산의 풍경 전부를 저의 눈에게 안겨 주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때부터 일어났습니다. 바위에 앉으려고 하였을 때 저는 오른쪽허벅다리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다리를 구부릴 수가 없음을 알았습니다. 할수 없이 바위의 끝에 비스듬히 기대어 거기 정상의 바람을 맞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려올 때는 그 부분의 아픔이 너무 심해서 왼쪽다리 만으로 걷다시피 절뚝절뚝 내려왔습니다.
그렇게 내려오면서 생각하니 왜 두 다리로 걸었는데 오른쪽 다리만이 아픈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이유를 어리석은 저는 한참 후에야 깨달았습니다. ? 그건 제 왼쪽 다리의 마비때문이었습니다.
20년전 뇌수술의 후유증으로 저는 왼쪽 팔다리가 마비되었습니다. 이제 거의 회복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직 완전해진 것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제 왼쪽 다리의 신경은 죽어있었으므로, 그렇게 심하게 걸었는데도 아픈 줄을 모르는 것입니다.
저는 저의 오른쪽 다리에게 감사했습니다. 밤새도록 아픔으로 괴로워하면서, 허벅지가 콕콕 쑤실때마다 감사의 웃음을 던졌습니다- 살아있는 내 오른쪽 다리에게.
그렇습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픈 것입니다. 아픔은-고통은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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