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데에는 여러가지 사회지표가 적용된다. 그 가운데 곧잘 인용되는 척도가 국민의 독서에 관한 통계치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독서인구 비율은 61.3%, 국민1인당 장서수는 불과 0.1권으로 영국의 2.34권, 일본의 3, 34권 덴마크의 6.2권에 비해 아주 빈약하다. 국민 1인당 독서량은 60%가 1년에 11권, 40%는 그 이하로 나타나고 있다. 책을 적게 읽는다는 실증적인 증거들이다. 그런데 지하철의 등장이 독서의 생활화와 독서인구의 증가에 기여했다면 지나친 말입니까?
지하철을 타면 많은 승객들이 뭣인가를 열심히 읽고있는 모습들과 마주친다. 선 채로 또는 앉은 채로 한 눈 팔지 않고 있는 그들이야말로 독서의 생활화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사람은 독서를 하지않는다는 말은 적어도 지하철 안에서는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증명된다. 그러나 잠깐. 그들이 읽고 있는 내용을 유심히 살펴보면 스포츠ㆍ만화ㆍ선정적인 내용의 흥미 오락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어느팀이 몇대 몇으로 이기고 졌다느니, 누가 몇골을 터뜨렸다느니, 요즈음 각광을 받고 있는 스타는 누구이며 어느 연예인의 피부는 어떻고, 신체의 비밀은 어디에 있다는 등등이 대부분이고 내면세계를 살찌우는 내용을 읽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류를 읽는 층은 주로 젊은 층이라는데서 독서의 내용과 질의 문제가 제기된다. 젊은이들의 즉흥적인 행동 무분별한 자기중심적 사고도 이러한 독서경향과 관계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독서는 교양을 쌓고 지식의 폭과 깊이를 더하는 정신적 작업이다. 유명 스타가 무엇을 했고, 어느 팀이 이기고 졌다를 아는 것이 교양을 넓히고 삶의 지혜를 쌓는데 얼마만큼 도움이 되겠는가?
무조건 무엇이나 읽는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독서는 아닌 것이다. 그것은 행위의 면에서는 독서이지마는 목적의 면에서는 진정한 독서의 의미와는 거리가 멀다. 한 나라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되는 독서-. 이제 우리의 독서문화도 양에서 질로 변모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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