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연못
깊은 산 오솔길 옆 자그마한 연못엔/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지만/먼 옛날 이 연못엔 예쁜 붕어 두 마리 살고 있었다고 전해지지요/~어느 맑은 여름날 연못 속에 붕어 두마리/ 서로 싸워 한마리는 물위에 떠오르고/그놈 살이 썩어들어가 물도 따라 썩어 들어가/~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
(김민기 작사 작곡) -「작은 연못」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은 이 노래는 박정권 시절에 금지곡이라는 훈장(?)을 받은바 있다. 노래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너무나 좋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이 노래를 사랑했는데, 칼자루를 쥔 어른들에게는 비위가 상했던가 보다. 말이야 죄다 바른 말인데도… .
요즈음 신문을 펼쳐 보면, 어느 하루라고 빼꼼한 날이 였다. 그저 맨날 지저분하고 우울한 사건 투성이라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소위 명문이라고 지칭되는 대학에 적을 둔 학생들이 전공학과가 자기의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자살했다는 기사를 대하게 되면 더욱 두렵기만 하다. 이러한 현상은, 아무 대학이라도 우선 합격이나 하고 보자는 잘못된 교육에 따라 억지로는 정하게된 전공학과가 자기의 적성과 맞지 않을 때 나타나는 비극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은 자기와의 화해와 일치를 이루지 못해서, 연못 속에서 서로 싸우다가 둘 다 죽고만 붕어의 꼴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아무라도 짓이겨
세상질서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요구한다. 나와 하느님과의 일치를 요구한다. 이 모두는 어느 하나가 깨져서도 안된다. 그런데 그간에 우리는 그러지를 못해왔다. 자연은 인간을 위해서 있는 것이니 아무렇게나 해도 괜찮은 것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인간은 난폭한 정복자처럼 자연을 짓밟으며 살아왔다. 그리하고서는 이제사 망가진 자연을 걱정하며 머리를 맞대서 어쩌자는 것인가? 그나마라도 행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웃과 화해하며 잘 지내온 것도 아니다. 그저 남보다 조금이라도 더 가지려고, 이웃을 깔아뭉개면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며 산다. 국가제도권의 횡포는 제 민족의 가슴에 총뿌리를 겨누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강대국은 약소민족을 제 밥으로 여긴다. 소위 열강이라는 나라들이 지금까지 수탈한 이자만 내놓아도 이세상에 굶주림으로 죽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그런데도 강자들은 염치가 없이 뻔뻔하기만 하다.
용서를 비는 용기
우리는 별일도 아닌 걸로 곧 잘 남과 다툰다. 시간이 지나면 숙쓰러워 하면서도 우선 당장은 제 고집만 피우다가 어이없는 꼴을 연출하기도 한다. 어던 때는 자기와 제일 가까운 가족과도 다툰다. 직장 동료, 친구할 것 없이 모두가 다툼의 대상이 된다. 사소한 일로 다투는가 하면, 이해관계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 운동시합을 구경하다가 다투는가 하면, 정치적인 견해가 달라서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한 족이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면 쉽게 화해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이는 적절한 부부싸움을 권장(?)하기도 한다. 싸움 끝에 정이 붙는다고, 싸워서 서로 지니고 있던 감정이나 오해를 풀어버리면 더욱 가까워지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제 말만 앞세우며 싸우기는 쉬워도, 화해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설령 제가 잘못했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지려고 하는 사람은 흔하지 않다. 어떠한 이유를 내세워서라도, 또 어던 경우에는 상대방의 말꼬리를 물고 늘어져서라도, 제가 옳다는 주장을 하려 든다. 그래서 화해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치로 다져 보자면 누군가 잘못된 사람이 있을 것이니, 잘못한 사람이 먼저 용서를 빌고 화해를 청하면 매사는 쉽게 풀릴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자기의 잘못을 고백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기때문이다. 그것은 용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죽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겉으로 강한 자들은 참 용기가 없기 때문에 용서를 빌줄 모른다. 그래서 용서를 빌며 화해를 구하는 일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서 기도하는 오늘, 우리의 현실은 한치 앞을 내다 보기가 어렵다. 남북 화해의 조짐이 보이는가 싶더니만, 핵사찰 문제 등이 빌미가 되어 갑자기 찬바람이 일고 있다. 남북은 그만두고라도, 남쪽에서의 화해와 일치도 문제다. 국회 개원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쟁점이 되어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 있다. 그것은 국민과의 약속일뿐더러, 오랜 산물인데, 그 지방자치법 준수가 문제된 것이다.
하기사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지금인지라, 연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짐작하자면, 혹시 제2의 6.29선언 같은 것이 있지나 않을는지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것도 아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염원하다가 실정법의 심판대에 오른 문규헌 신부 등의 석방 문제도 포함해서 말이다.
평화를 주러 이 세상에 오신 주여, 한 핏줄 한 겨레이면서도 서로 헐뜯고 싸웠던 우리의 잘못을 깨우쳐 주소서. 겨레가 염원하는 일치를 위하여 일하게 하여 주시고, 나머지는 주께서 채워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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