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를 타고 목적지를 애기하면 목적지 근처 큰길까지와서는 대충 내리라고한다. 『짐이 있어서요』라는 구차한 핑개를 대며 좀더 가까운 데까지 가달라고하면『집 앞까지 타고 갈라꼬요?』라며 사뭇 위협조로 언성을 높인다. 다투기도 귀찮고 해서 내가 포기하고 내리면 잔돈 50원은 아예 내 줄 생각도 안한다. 서비스를 받기는 커녕 타서부터 내릴때까지 내 돈 내고도 전전긍긍이다.
시장에서 지갑을 분실해 물건 산 집에 가서『혹시 이렇게 이렇게 생긴 지갑을 못보셨어요!』하고 물어보다 미친 여자 취급을 당했다. 『아무 것도 안 산 집에 와서 어디 사람을 거꾸로 엎어 씌우느냐!』며 다 뒤져보라고 호령 호령이다. 행여나 하는 마음에서 물어보러 갔다가 오히려 거짓말이나 하는 이상한 여자가 되어 돌아오는 마음은 참담했다.
이 곳이 내가 태어났고 내가 살아가야 하며 내 뼈를 묻을 땅, 대한민국이다.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택시의 횡포에 시달리다 못해 사람들은 무리를 해서라도「내 차」를 장만한다. 그렇게 쏟아져 나온 차들로 도로사정은 더 악화되고, 악화된 도로사정은 사람들을 거칠고 난폭한 운전자로 변모시킨다. 상황의 악순환이다.
온건하고 좋은 말을 건넸다가는 퉁명하고 야비한말로 되받게되니 선의와 착한 심성은 멍들다 못해 더한 악의로 변해버린다. 요즘은 가는 말이 거칠어야 오는 말이 곱다.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들은 진단도 잘하고 처방도 잘하지만 사회상황은 치유되는 기미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고발정신을 가져라 내 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쳐대지만 그 목소리에는어딘가 힘이 빠져있다. 차라리 약삭빠른 체념이 더 나을지….
머리는 아프고 복잡한데 그 두통의 원인을 모르는 때처럼 더 큰 두통거리는 없다. 혼란에 혼란을 치닫고 있는 이 사회의 병통을 치유해 줄 특효약, 만병치약은 없는지? 새삼교회의 역할과 크리스찬의 사명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보게 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