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차창을 통해 매일 마주치는 모습이 있다. 승차후 두 정거장을 지나 신호대기 중에 있을 때 어김없이 세워져 있는 봉고차의 모습이다. 아마도 이 봉고차의 차고가 대로변의 주차장인가보다.
그런데 이 봉고차가 여느차와 달리 나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차에 쓰여진 요란한 글귀들 때문이다.
「휴거」「공중재림」「92년 예수님 재림」등 그 뜻을 알듯 모를듯한 글귀들이 눈에 띄게 확연히 들어온다. 이것이 소위 종말론에 빠진 한국 종교계의 한 모습임을 며칠 후에야 알게되었다.
더구나 가톨릭신문을 통해 이런 종말론적인 현상이 우리 가톨릭교회 내에서도 퍼지고 있다는데 심히 놀랐다.
「그 때와 시간은 하느님만이 아신다」는 성서말씀을 밥먹듯이 들어온 우리 신앙인들이 특정 일 (日) 과 시간에 종말이 온다는 허황된 말을 믿는다는게 믿기지가 않는다.
백번 이해를 하여 종말의 시간이 맞다고 하더라도 우리 신앙인의 모습이 이렇게 조급하고, 현세기복적인 모습으로 나타나는지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내일 지구가 망하여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하지 않는가. 언젠가는 하느님 앞에서 인간세상의 종말을 겪어야 하는 우리 인간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시기가 언제이던 우리는 우리의 할일에 충실하고, 보다 더 착하게 또 주님의 뜻을 쫓아서 살아야 하지 않는가.
만일 나의 종말 (죽음) 이 가까이 올 때 삶을 앞당겨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남은 시간을 더욱 소중히 여겨 성실히 살아야겠다.
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의 어수선함을 틈타 나약한 인간심성을 파고드는 그릇된 유언비어에 현혹 되어서는 안되겠다. 다시 한번 우리의 신앙자세를 가다듬고 악마의 유혹에 대처할 수 있는 굳은 신앙인의 모습을 보여야 할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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