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수는 아침에 일어나서 책가방을 챙기다가 연습장이 구겨지고 때가 묻은 것을 발견했다. 천원을 주고 산 것인데, 아직 반도 못 썼지만 아무렇게나 굴린 탓으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동수는 어머니께 새 연습장을 사 달라고 할 생각으로 그것을 쓰레기통에 넣어 버린다. 어머니는 동수가 사 달라고 하는 것은 무엇이나 다 사 주시니까 초라하게 낡은 연습장을 쓰고 있을 필요는 없다.
동수는 집을 나서자 집앞의 가게에서 우선 아이스크림을 하나 샀다. 포장종이를 찢어서 길가에 버리고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었다. 학교앞 문방구점 앞에서 아이스크림 남은 것을 마저 먹고, 손에 남는 종이는 역시 길바닥에 버린다. 그리고는 문방구점 안으로 들어간다. 우선 일제 수입품 샤프를 하나 샀다. 동수에게도 물론 샤프가 있긴 하지만 옆자리 친구가 가지고 있는 일제 샤프가 좋아 보여서 어머니가 주신 돈으로 산 것이다. 그리고 필통과 연필 두자루, 동물의 얼굴이 그려진 넓직한 지우개도 하나 샀다. 어제 학교에서 필통째로 학용품들을 잃어버린 것이었다. 주운 물건 찾아 주는 방송시간네 자기의 필통이 화면에 나왔지만 동수는 교무실로 필통을 찾으러 가지는 않았다. 가 봐야 칭찬 들을 리는 없고, 자기 물건도 간수 못한다고 꾸지람이나 들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미술 시간에 그림물감을 꺼내어 본 동수는 신경질이 났다. 빨강색과 검정색이 조금 밖에 안남았고, 튜브의 주둥이 부분이 말라붙은 것이 여러 개 읽었던 것이다. 아침에 어머니께 돈을 받을 때 물감 값까지 받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오늘은 어쩔수 없으니 그냥 쓰고, 미술 시간이 끝나는 대로 이것도 쓰레기 통에다 장사지낼 작정을 한다.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반 정도밖에 먹지 못했다. 쉬는 시간에 빵과 콜라를 많이 사먹었기 때문에 배도 부르고 밥맛도 없었던 것이다. 밥과 반찬을 남겨 가면 또 어머니는 꾸중하실 게 뻔한데, 그래서 남은 밥과 반찬을 쓰레기통에다 쏟아 버렸다.
브라질의 리우데자에이루에서 열렸던 세계환경회의가 얼마전에 폐막되었다. 급속히 파괴되어가는 지구를 살리자는 몸부림이라 할 이 회의에서는 삼림을 보호하고 공해를 방지할 것 등 여러가지 사항을 의논했다. 말하자면 지구는 지금 중병을 앓고 있고, 그 중병의 치료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이런 큰 일을 위해 우리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학용품을 아껴 쓰고, 음식물은 남기지 말고, 비닐봉지같은, 환경을 더럽힐 수 있는 물건들의 소비를 줄인다면 그것은 환경의 보존을 위해 이바지하는 일일 뿐만아니라 곧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실천하는 일이 되기도 할 것이다.
동수와 비슷한 생활을 하는 학생들은 하루 속히 절약하고, 검소하고, 환경을 더럽히지 않는 생활 습관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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