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가 오락가락하던 며칠전 레지오 주회날이었다. 이날따라 급한 볼일이 생겨 아침 설거지랑 집안일을 대충하고 볼일부터 봐가지고 성당으로 가느라 너무 바빴다.
성당으로 가는 지름길인 경사진 담벽길을 오랜만에 걸어 보았다. 아침 출근시간이 지나서 아이들도 학교에 다 가버리고 길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아 아주 한산했다.
그런데 골목길을 걷고있으때 어느집 대문에서 한 할머니가 우산도 없이 머리에 수건을 두른채 나오고 있었다. 마침 나와 마주친 할머니는 어린아이마냥 울음을 터뜨리는 것이 아닌가 당황한 나는 성당을 향한 바쁜 발걸음이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팔을 붙잡고 왜 그러시냐고 물었다. 할머니의 대답은 간간이『아이구 우짤끼나?』하는 절망적인 한탄이 썩인 울음뿐이었다. 달래듯 자초지종을 묻는 내 모습에 진정이된 할머니의 우시는 사연은 이러했다.
할머니의 연세는 82, 아들은 없고 출가한 딸과 서울에서 직장생활하는 딸이있다. 할머니는 당신 혼자서 셋방살이를 하고 있다. 그러던 지난 밤 자다가 몸이 이상하여 잠에서 깨어보니 손과 팔에 마비증세가 와서 움직일 수도 없고, 작은 물건도 잡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하셨다. 혼자서 두려움에 전전긍긍하시다가 밤을 세우셨다. 아침이 되어 손수 약국에라도 가보려고 막 대문을 나서던 참이라고 하셨다.
주위에 중풍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보았는데 혼자 사시는 몸이 몸져누우면 그 고생을 어찌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자다가 얻은 병이지』하시면서 너무 너무 불안해 자꾸만 애기처럼 우시는 할머니를 그냥 두고 갈수는 없었다. 손수 걸어서 약국에 가실 정도면 괜찮을 거라며 안심을 시켜드리면서 팔을 부축하여 약국으로 향하였다. 다행히 약국으로 향하던중 할머니를 잘아는 동네 아주머니를 만나 부탁드리고 성당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었다.
물론 레지오는 지각을 했고 주회를 하는동안, 그리고 그날 하루종일 할머니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그후 며칠이 지났다. 바쁜 삶이 할머니를 내 기억속에서 멀리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시는지 궁금하다. 내일 오후에는 시간을 내서 꼭 할머니를 찾아 뵈어야겠다.
오늘날 도시인들, 나부터 너무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삶을 사는것 같다. 이웃과 형제들에게 너무 무관심하고 사랑이 메말라 있다.
고통받고 소외된 불쌍한 이웃을 찾아보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이 되겠다고 마음을 새로이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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