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10월 7일 토요일 10개월이 지난 둘째 진주가 화상을 입었습니다. 그 해는 전국에 석유파동으로 연탄 공급이 부족하여 열흘에 이십장씩 배급식으로 판매하여 정해진 날자에 본인이 직접 구했습니다. 그날 진주가 감기로 인해 옆집 아줌마께 부탁하고 두 돐 지난 현주를 업고 다녀왔을때 이웃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제 등을 떠밀면서 빨리 병원으로 가라고 하여 무슨 영문인지도 몰라 어리둥절하여 진주를 찾았습니다. 병원에서 치료 받느라 울부짖는 진주의 모습에 정신을 잃었고『도대체 이게 어찌 되었단 말인가?』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삼십분전만 해도 멀쩡한 진주가…꿈을 꾸고 있는 착각으로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사고는 울수도 없고 절망감 때문에 주저 앉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대충 들어서 알게 되었던 사고는 자다 일어난 진주가 아궁이에 떨어 지면서 아궁이위에 놓인 주전자가 엎질러 지고 솟아오른 김에 화상을 입었다고 하였습니다. 자세히 알고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그 끔찍한 순간을 물어 볼수도 그런 경황도 되지 않았습니다. 사고 경위 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려웠고 제 가정은 어둠의 장막으로 뒤 덮여 버렸습니다.
예수님께 숨을 거두시는 순간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폭으로 찢어 지면서 무덤이 열리고 잠 들었던 많은 옛 성인들이 다시 살아 났다는 성서의 말씀을 요즈음에야 깨닫게 되었으며 주님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죽으셨다 부활하셨듯이 돌이킬수 없는 진주의 사고를 통해서 어둠의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되었습니다. 육전인 생명에서 영적인 생명을 얻기 위한 작업을 주님께서 하셨던것입니다.
그리스도 은총안에서 기쁨으로 살게 되었지만 목숨을 잃는다는 3도 화상을 입은 그 순간 진주를 생각 하면 온 몸이 조여 드는 아픔 때문에 숨이 막혔습니다. 사고순간부터 시작 되는 고통과 어려움을 어찌 표현 할 수 있으며 순간 겪어야 했던 인간이하의 대접도 받았습니다.
돈때문에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받고 치료조차 받지 못 하고 울면서 매달려 사정하고 죽어가는 어린 생명을 제쳐 놓고 돈 타령만 하는 비정한 의사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습니다. 백오십만원이 있으면 입원수속을 하고 그렇지 못 하면 그냥 데리고 가라는 의사는 치료할 필요가 없고 살아날 가망은 전혀 없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진주가『죽는다고?』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의식불명인 진주를 가슴에 안고 울면서 찾아 헤맨 병원은 너무나 많았지만 가망없다는 이유로 거절 당하고 의사가 없어서…등으로. 가슴을 태우고 변두리 어느 작은 병원에선 치료 해 주고 주사도 여러번 놓아 주었으며 약도 조제 해 주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며칠 지나면 완쾌 된다는 말씀에 불안했던 마음이 놓여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 병원을 나선지 두시간쯤 지났을 무렵 진주는 갑자기 흰 눈동자만 보이고 온 몸을 비틀더니 축 늘어 지면서 마비증세가 왔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