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모 행정부처의 실장으로 근무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의 일이다. 마침 그 친구는 회의중이어서 여직원이 전화를 받으면서『메모를 했다가 실장님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전화거신 분의 이름을 말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래서 전화번호와 함께『내 이름은 백성기』라고 말했더니 그 여직원은 상냥한 목소리로『백「성」자「기」자분 네 잘 알겠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나는 그 여직원의 세련된 전화받는 태도와 예쁜 말씨에 깜짝 놀랐다. 바로 옆에 있었더라면 손이라도 꼭 잡아주고싶은 심정이었다.
이와의 정반대되는 사례.
『여보세요, ○○○○ 시죠?』
『네, 그렇습니다』
『○○○씨 계시면 좀 바꿔주시겠습니까?』
『자리에 안계시는데요, 있다가 오시면 누구시라고 전할까요?』
이 경우 내가 내 이름을 말하면서 이름 뒤에 씨자를 붙이면 스스로 자기를 높이는 격이 되기때문에 그냥『백성기입니다』하고 이름 석자만 말해준다『그럼 있다가 ○○○씨 오시면「백성기」한테서 전화왔었다고 전해주세요』
『네「백성기」알았습니다. 찰칵!』
(원, 이렇게 무례한 일도있나. 친구사이도 아니고. 나는 내 이름을 그냥 말하더라도 전화받는 쪽에서는「백성기씨」라고 말해야 될것 아닌가?)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내딴에는 비장한 (?) 각오로 젊은이들의 잘못된 말버릇을 고쳐주어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선 그 방법을 하나 궁리해냈다. (이 방법이라면 틀림없이 효과가 있겠지, 하느님, 이 방법이 꼭 성공하게 하소서!)
그려던 차 서울 어느 서점에 새로 나온 책을 알아보려고 여직원이 전화를 찾아 본 후 전화를 드릴테니 이름을 말해달라고 했다. 옳지 내 방법을 써먹을 기회가 왔구나.
나는 전화번호와 함께 내 이름은「백성기 어른이요」라고 힘있게 말했다. 그리고서는 그 일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업무에 정신없이 열중하고 있는데, 한 30분이나 지났을까「따르릉 따르릉」전화벨이 울렸다. 별다른 생각없이 수화기를 들어 귀에 갔다 댔다. 저쪽에서 들려오는 아가씨의 목소리.
「거기 백성기 어른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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