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구에서 있었던 왜곡된 신심운동은 여러 사람들에게 파문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는 바로 1년 전인 지난해 초 전주교구에서 전통신앙에서 벗어난 기도모임과 신앙행태가 성행하다가 금지당한 일을 기억한다.
이에 앞선 1988년에는 다수의 신학생들이 포함된「한우리회」라는 이름하에 정통 신심운동에 벗어난 사건도 있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이단과 사이비 사적계시와 그릇된 신심 유포는 있어왔다.
그러나 그 대부분이 일시적으로 호응을 받아 전파되어 오다 시일이 지남과 동시에 그 세력이 약화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던 교우들 중에는 이번 사태가 평신도도 아닌 두 사제가 연루되었다는데 의구심을 가젔을 것이다.
차제에 우리는 성직자들과 신학생들을 위해 더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이번 손방자(마리아)씨와 두 아들이 주도하는 모임에서 성령의 영감으로 쓰여졌다면서 성서처럼 떠받들려지고 있는 것이「사랑의 불꽃」이란 책이다.
거기에는 미사를 드릴 때 오상을 생각하며 성호를 다섯 번 그어야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집에다 성체를 모시는 것과 마치 스카폴라가 마력을 지닌 것처럼 강조하는 등 교회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것을 지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1백82쪽에 이르는 이 책자에는 지나치게 현세 기복적인 내용이 많다는 것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 해서 성직자들이 주도하게 됐고 또 수많은 가톨릭 신자들이 이 같이 어처구니없는 내용을 신봉하는 단체를 추종하게 되었는가.
가톨릭 신자로서, 하느님 백성으로 산다는 것은 성령을 모시고 나타내 보이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데 재론이 없다.
하나되게 하시는 성령과 더불어 사는 삶, 우리들 모두 안에 그리고 각 개인 안에 현존하시는 성령을 드러내 보이는 삶이 참된 신앙인의 삶이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지체인 우리 안에 성령께서 현존하시고 우리의 삶이 성령과 일치하는 삶이 되도록 수련하는 것이 그리스도교의 영성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 교회에는 성령의 현존을 체험하며 생활하는 신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데 있다.
성령께서 우리안에 계시다는 것을 체험하지 못한 채 무미건조한 신앙생활을 하는 이가 지금까지 많은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이번같이 사이비 사적계시에 현혹된다든지 무더기로 신흥종교에로 개종하는 사태가 재발할 것이다.
이번 기회를 계기로 삼아 교회는 신자들의 교리지식을 재점검하고 성령의 현존을 체험케 하는 한편 사적계시의 정통성과 허위성을 읽어내고 분별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당부한다.
또한 교회는 신흥종교 내지 사이비종파 안에서 유독 강조되고 있는 현세 기복적인 면이 교회 내부에서도 신자들을 상대로 은연 중 조장하는 예가 많다는 점을 반성하고 교회법에 의거, 준수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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