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들어 경희의료원 산부인과 부설「불임클리닉」이 정자의 질병감염 여부를 검사하지 않고 불임환자들에게 인공수정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86년부터 개설, 운영돼온 이 불임클리닉은 그동안 6백여 차례 체외수정을 실시해왔는데 한번도 정자 제공자의 혈액형ㆍ유전질환ㆍ성병감염 여부 등을 검사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원 측은 자체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나자 곧바로 책임교수를 파면하는가 하면 보건사회부는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서는 등 법석을 떨고 있다.
이 클리닉은 또 정자관리대장 등 의료법상 구비해야 할 기록조차 남기지 않아 어떤 사람의 정자가 누구에게 시술됐는지조차 알수 없는 상황이라 한다.
또 시술환자가 정자의 출처를 물어오면『상류층의 것이니 안심하라』는 말을 했는가 하면 한 사람의 정자를 여러명의 불임환자들에게 제공하는 비윤리적인 행위까지도 서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불임클리닉은 타인의 정자를 이용할 경우 기증받은 것만을 사용해야 하는데도 시술자들로부터 정자비용으로 1인당 15만원씩 받아 5만원은 병원에 입금하고 나머지 10만원은 정자 제공자에게 온라인 송금하는 등 정자매매 행위도 해온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6백여 시술자들이 에이즈나 간염 등의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며 신생아가 태어날 경우 유전적인 질병이나 이상증세를 나타낼 소지도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누구의 정자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비 모르는 자식이 태어날 수밖에 없고 한사람의 정자를 여러 명에게 제공한 것은 마치 종족번식을 위한 금수들의 씨뿌리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엄숙하고도 존엄해야 할 인간 생명의 수태가 천박한 의료행위에 의해 여지없이 유린당하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돈만 있으면 언제든지 정자를 마음대로 구입할 수 있어 사람 목숨이 마치 15만원에 불과한 것 같은 허망함도 느끼게 한다. 바로 인간생명을 쉽게 죽이는 낙태도 이러한 상황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우리 가톨릭교회의 강력하고도 계속적인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재 세계적으로 비(非)배우자간 인공수정은 수십 년간 진행돼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84년부터 전국 주요 종합병원에서 정자은행이 운영돼오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관련 법규나 뚜렷한 지침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번과 같은 사건이 다른 병원들에서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었고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사실 시험관 아기의 출산은 지금 당장의 문제보다도 그들이 성장한 후 더 크고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는 경고는 누차 있어왔다. 그것은 그들의 출생이 사랑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는 변함없이 자녀는 부부 사랑의 결실임을 가르쳐오고 있다. 그러기에 부부간의 애정결합이 아닌 그 어떤 출산도 거부할 수 밖에 없다. 그 대신 교회는 우리 주변의 수많은 기아나 고아를 입양하자는 운동을 오래전부터 전개해오고 있다. 이번 경희의료원 사건이 국내입양을 촉진하는 촉매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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