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5일 주일은 한국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다. 김대건 신부가 1백3위 한국순교 성인가운데 대표적인 인물이며 한국가톨릭교회를 대별할만한 분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걸맞게 김대건 성인에 대한 신학적 역사학적 연구성과는 어떠하며、그를 기리는 오늘날 교회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고려대 한국사학과 조광 교수의 글을 통해 알아본다.
■ 머리글
오늘의 한국교회에서는 1백3위 순교성인 가운데 김대건 신부를 가장 대표적인 인물로 꼽고 있다. 김대건 신부는 1백3위 성인 뿐만 아니라 수천 명에 이르는 우리 무명 순교자들을 대변하는 인물이며、신앙 선조들이 보여주었먼 뜨거운 신앙심을 표상하는 이로 인식되고 있다. 김대건 신부에 대한 흠모의 정은 그의 순교 직후부터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지난날의 우리교회를 되돌아 볼 때 김대건 신부에 대한 연구의 열기가 가장 높았던 때는 1934년으로 생각된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전인 이해는 조선에 천주교 신앙이 들어온지 1백50주년을 기념하고 있었다. 또한 우리나라 사회에서는「국학진흥운동」내지는「민족문화부흥운동」이 힘차게 전개되고 있었다.
교회 안팎의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이 해에 김대건 신부에 관한 재발견이 강화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들이 알고 있는 그에 관한 주요 사료들은 바고 이 시기에 정리된것이다. 이때 정지용 (鄭芝溶) 과 같은 시인은 그의 순교를 찬양하는 시를 지어 바치기도 했다.
이렇게 강화된 순교자 김대건에 관한 신심은 오늘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지속되고있다. 해마다 7월 5일이면 그의 축일을 기억하는 우리 교회는 이제 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새롭게 점검하기를 요청받고 있다.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는 김대건 신부를 형상화한 적지않은 예술작품들이 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그의 영성과 사상에 대한 관심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수도회나 학교、병원、단체 등이 그의 이름을 빌어 창설되기도 했다. 김대건 성인을 주보로 모신 성당들이 우리나라 도처에 세워지고 있으며、새영세자 가운데 그를 주보로 삼고자하는 신도들도 적지 아니하다.
이렇듯 오늘의 교회에서는 우리 신심생활의 전통을 이어받아 김대건 신부에 관한 경모의 정이 짙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순교성인 김대건 신부에 관한 연구의 진행상황은 아직도 부끄러운 상태에 머물러 있다. 그에 대한 신학적 역사학적 연구는 그 신심의 질을 더 높여주고、그에 대한 신심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저력을 부여해 줄 것이다. 그의 영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는 우리 자신의 성화를 가져다 줄수 있을 뿐 아니라 겨레와 사회의 복음화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교회에서의 김대건 연구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듯하다.
김대건 신부에 대한 넘치는 신심과 경모의 정은 예술의 영역을 통해서 표현되어야 한다. 사실 오늘의 교회에서는 김대건 신부를 형상화한 몇 편의문학작품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이나 회화ㆍ조각등의 분야에서도 김대건 신부에 관한 훌륭한 작품들이 일부 남아있다. 그러나 한국가톨릭문화의 지속적 발전을 이끌어 줄 김대건 신부에 관한 예술활동도 또한 한계상황을 맞고 있다.
■ 자료집의 필요성
현재까지 진행된 바 있는 김대건 신부에 관한 연구나 예술활동들은 극히 제한된 부분적 자료에 의존하고 있다. 이들이 참고 했던 주된 자료들은 달레 신부가 지은「한국 천주교회사」가운데 병오박해에 해당되는 부분과、김대건 신부가 남긴 몇몇의 서한들을 들 수 있다. 그리고「일성록」과 같은 성부 문서의 일부에서 발췌된 자료도 그 연구에 활용되고 있었다.
김대건 신부의 교회활동과 영성에 대해 연구해 왔던 사람들이 전거로 삼았던 것은 바로 이 제한된 자료들이었다. 김대건 신부를 우리 가까이로 인도하기 위해 노력했던 문학인이나 그밖의 예술인들도 이 제한된 자료를 자신의 예술적영감의 근거로 삼았다.
오늘날 김대건 신부에 관한 연구와 창작활동이 한계에 부딛치게 된 큰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그 연구자료의 제한성을 들 수 있다.
모든 연구자들이 김대건 신부에 관한 자료를 직접 찾아내어 활용하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 자료들은 각종 문서에 산재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개인이 이를 일일이 찾아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 또한、김대건 신부에 관한 자료들은 한글이나 한문 뿐만 아니라 라틴어 프랑스어 등 여러 나라 말로 기록되어 있다.
이때문에 오늘날의 연구자들은 김대건 신부를 연구하면서도 매우 제한된 자료만을 보고 있다. 그러므로 그 연구와 창작이 봉착하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고 김대건 신부에 관한 새로운 시야들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본격적인 자료집의 간행이 요청된다.
■ 자료집의 수록범위
새롭게 계획되어야 할「김대건 관계 자료집」에는 수집 가능한 그에 관한 모든 사료들이 수록되어야 한다. 우선 여기에는 국내외의 모든 자료가 조사 정리될 수 있다. 그리고 한문、라틴어、프랑스어 등으로 된 원문과 함께 책임 있는 번역과 해설이 수록되어야 한다.
이 자료집을 위해 조사되어야 할 국내의 자료들은「승정원일기」「비변사등록」과 같은 조선왕조의 연대기적 사료들을 우선 들 수 있다. 그리고「안성록」「조선왕조실록」등의 자료도 철저히 다시 조사해서 사료를 발췌해 나갈 수 있다. 일반 문집자료나 야사 (野史) 에서도 그에 관한 기록은 발췌되어야 한다.
또한「김대건 관계 자료집」에는 그의 서한들도 라틴어 원문과 함께 수록되어야 한다. 그리고 파리외방전교회 문서안에 포함되어 있는 여러 자료들이 주목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그의 신학생선발과정이나 초기의 수학과정에 관한 사료들、그의 은사나 장상들이 그에 관해 기록한 내용들、그리고 최양업 신부를 비롯한 국내의 인물들의 김대건에 관한 증언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김대건 관계 자료집」에는 그의 성장환경이나 가족관계를 이해하는 데에 필요한 자료들도 포함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그의 부친인 순교성인 김제준에 관한 기록도 함께 조사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자료집의 편집을 위해서 그가 순교한 1846년 병오박해의 기록뿐만 아니라、1839년의 기해박해와 1866년 병인박해에 관한 기록도 함께 검색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서도 그의 행적을 증언하는 자료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편찬의 효과
이렇게 하여 새롭게 찾아낸 풍부한 사료들은 김대건 신부의 신학사상과 영성을 새롭게 조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새 자료는 참신한 영감을 연구자와 예술인들에게 불어넣어 줄 것이다. 또한 신도들도 김대건 신부에 관한 자료에 직접 접함으로써 그를 더 잘 이해하고 그의 성덕을 본받게 되리라 생각한다.
김대건 신부 관계자료집의 간행을 통해 우리 교회는 한국의 순교전통과 103위 성인에 대한 인식을 증폭시킬 수 있는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될것이다. 또한 1801년 신유박해를 전후하여 순교한 여러인물들의 시복ㆍ시성 운동에 관한 관심을 드높여 주리라 확신한다.
김대건 관계 자료집의 간행은 이와같이 여러측면에 걸쳐서 다양한 효과를 보장해 주며、한국 가톨릭문화의 발전에 기여해 줄 것이다.
■ 하나의 제안
이 자료집의 간행에는 적지 않은 경제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우리 교회에 교회사를 연구하는 기관도 있고 그 연구자도 적지 아니하다. 그러나 이 편찬작업이 아직까지도 진행되지 못한 데에는 편찬에 소요될 각종 비용의 염출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자료집의 편찬을 지원하는 구체적 움직임이 없이는 그 어디에서도 이 자료집은 나올 수 없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교회에서는 김대건 신부를 주보로 받드는 많은 기관과 단체들이 있다. 또한 여러 신도들이 그를 주보 성인으로 받들고 있다. 그렇다면 그를 주보로 하는 학교나 병원의 설립과 병행하여 그를 잘 알고자 하는 자료집의 발간을 위한 노력도 전개되어야 한다. 그의 성덕을 본받으려는 수도회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에 관한 사료에 더큰 애착을 가져야 한다. 그를 주보로 삼는 단체나 성직자나 신도뿐만 아니라 관심있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친다면 그에관한 자료집의 출간을 머지않아 이루어질것이다
이 자료집의 편찬도 순교성인 김대건 신부를 받들기 위한 실천의 노력의 일환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것은 하나의 본당이나 학교를 세우는 일보다도 더 중요한 의미를 가질수 있는 작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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