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찾아간 병원에선 받아 살펴 보기는 커녕 병원문을 들어 설수도 없이 간호사들이 막았습니다. 의사부인까지 합세하여 저를 밀어내 진주를 안은채 땅 바닥에 쓰러져 울었습니다.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진주를 안고서 경희대학병원으로 갔지만 그 곳에서도 입원비 때문에 수속을 밟지 못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어떻게 수술이 끝난후 담당 선생님은 퇴원을 하라고 했습니다. 화상으로 숨이 막혀 기도 수술을 하였지만 하느님의 기적이 아니면 어렵다고 포기하라고 하시면서 충격을 받은 제가 입원하도록 권했습니다.
사고 순간부터 받은 충격으로 온몸에 마비증세가 생겼고 혀가 무겁게 느껴지면서 말을 더듬게 되었습니다. 그후 많은 세월동안 발음이 정확하지 못하여 당황할 때가 많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어쩔수 없고 가족도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며 치료비도 걱정 해주셨습니다. 중환자실 치료비는 하루 육만팔천원으로서 남편의 봉급을 3개월 동안 쓰지 않고 모아야만 했습니다. 남편의 봉급에 만족했던 저는 그 순간 초라함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어쩔수 없이 생명이 꺼져가는 진주를 안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남편 체면 때문에 받아 준 병원에선 전문적인 치료는 커녕 다만 링켈주사만 꽂아주었습니다. 먹을수가 없는 상태로 링켈만 빼 버리면 끝이나는 상황이 계속되었고 지친 상태에서 깨어난 진주는 입과 코로 숨을 쉴 수 없고 기도 수술을 한 탓으로 목에 장치한 기계를 통해서만 숨을 쉬고 울거나 웃어도 표정만 나타날뿐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겨우 정상적으로 되어 갈 때 탈수상태가 되어 위험하게 되었습니다. 시간 시간이 다르게 말라가고 진주의 모습은 달라지기 시작하여 의술이 발달한 동두천 미군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포기하라는 진단은 이젠 진주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무기력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믿어지지 않는 기적은 다시 진주를 깨워 놓았으며 질긴 생명력에 하느님의 오묘하심을 생각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몇번씩 위험한 고비에서 오똑이처럼 일어나는 진주는 이번엔 또 화상의 합병증으로 화상자국이 퍼렇게 변해가고 저항력이 약한 탓으로 다시 혼수상태가 되어 이젠 마지막인가 보다 싶어 하느님을 원망하고 함께 하시는 하느님이라면 이럴수는 없다고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믿어 왔던 하느님을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몇번씩 생과사의 갈림길에 세워 놓고 나무가지 흔드시듯 왜 그런지 이유를 알수 없었습니다. 데려 가시려면 고통없이 데려 가시든가 차라리 저를 대신 벌하여 주시든가 말입니다.
다시 입원한 병원에서는 포기한 환자로 취급, 여러방법을 사용해 지켜 보는 이의 마음을 견딜수 없게 했으며 혈관에 놓아야 할 링켈주사를 혈관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주사로 팔과 허벅다리에 꽂아 온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그 모습은 눈을 뜨고 볼수없는 처참한 모습이었고 화상에 바르는 연고도 나름대로 조제하여 상체에 바르니 피가 흐르고 연약한 피부는 논 바닥 가리지듯 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