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는「자격증」시대이다. 판ㆍ검사 변호사가 되려면 사법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의사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의 개업에는 해당분야의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이 이외에도 요즈음에는 노무사 판매사 안전관리사 손해사정인 ○○사 ○○인 등등 새로운 직종의 새로운 자격증제도가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직종은 자격증을 따려면 피나는 노력을 쏟아야 하고 많은 시간과 경비가 소요된다. 그러나 일단 자격증을 획득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 권위와 실력을 객관적으로 공인받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입도 보장되고 명예도 뒤따른다. 자격증 취득 후 누리게 되는 권위 수입 명예 등 유형무형의 이러한 반대급부는 자격증을 따기 위하여 겪는 제반 희생을 몇십배 몇백배 보상하고도 남는다.
천주교의 성세성사도 비유해서 말하자면 일종의 자격증부여 제도이다. 무슨 자격증인가. 천국행 자격증이다. 누가 발행하는가. 신부님이 하느님을 대리하여 발행한다. 자격증의 내용은 무엇인가. 그것은 하느님께서 이 자격증 소지자가 하느님의 한 가족임을 선포하고 그들의 천국행을 보증하는 것이다. 성세성사의 자격증 획득에는 성 연령 교육정도 빈부 지위의 높고 낮음과 같은 일체의 제한과 조건이 따르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누구든지 이 자격증을 소지하면 原罪가 탕감되고 하늘나라에 입국할 때 비자도 필요없다. 하늘 나라에 들어가면 또 거기에는 속세의 惡은 얼씬거리지 못하고, 고부간의 갈등 부부싸움, 동료간의 이간질도 없고, 부당한 억압도 권력의 횡포도 존재하지 않는다. 육체를 떠난 영혼은 이곳에서 하느님이 약속하신 영생과 평화와 복락을 누린다. 참으로 완전무결한 자격증이다.
듣자하니 근자에 냉담자가 많다고 한다. 냉담자는 자격증 수여 때 하느님과 맹세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깨뜨리고 천국행 자격증을 스스로 반납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개의치 않으신다. 하느님께서는 천국행 자격증을 반납한 사람들을 조금도 미워하지 않고 다만 언젠가는 그 자격증을 다시 찾아가기를 학수고대하고 계실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느님은 우리가 영원히 의지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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