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만한 민초들
자동차를 가진 사람(車主)이 이사를 하면 보름 이내에 차적지를 변경해야 한다. 종전의 법에 따르면, 이사하고 15일이 넘도록 차적을 옮기지 않으면 10만원의 과태료(過怠料)를 물게 된다. 그런데 법(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이 지난 7월1일부터 바뀌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제는 종전에 비해서 다섯배나 껑충되어 50만원이나 내야 한다고 한다. 역사는 으례껏 잠깐 사이에 바뀌게 마련이지만, 법이 개정되는 바람에 잠깐 사이에 40만원을 도둑(?)맞게된 차주가 상당수에 이를 것으로 짐작된다. 법의 개정으로 엉뚱한 손해를 당하는 민초(民草)들은, 생판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는 심정일 것이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겨냥한 법인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갑작스럽게 불이익을 당한 차주들은, 법 개정 사실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은 정부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이에 대해서 자동차 관리사업소 측은, 관계법 개정 내용이 관보(官報)에 실린것이 6월30일 인지라, 미처 홍보를 할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교통부가 작년 2월에 입법 예고를 했다고는 하지만, 바쁜 세상에, 누가 이를 가슴에 새겨서 기억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대개는 까맣게 잊고 살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이번 경우에는 경과규정도 없었다고 한다. 국민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지우는 일인데, 그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있을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 이야기와 관련되어 떠오르는, 속 터지는 자료가 발표되었다. 그것은 곧 주간지 시사저널이 특집으로 꾸민「한국의 세계 1위」라는 기사다. 충분한 홍보 내지는 경과규정 조차 없어서, 어처구니없는 피해를 당하는 차주를 생각하면 여기 또하나의 기록이 수립됐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 뭐든지 1등
우리나라는 그린벨트제도 덕분에 목초지 증가율이 세계1위라는 사실 등을 빼고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부끄러운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수, 노동현장의 산업재해와 노동쟁의 발생, 간암과 결핵 사망률 흡연율, 대기오염과 쓰레기 배출량, 원자력의 안전성과 핵쓰레기 문제 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한다.
더 부끄러운 것들도 소개되었다. 정치 사회 분야와 관련된 것으로는, 국회에서 불과 30초만에 날치기로 처리한 법들(방송관계법, 국군조직법, 광주 보상법등)이 있다. 시간 개념이 무딘 우리에게는 30초란 시간 축에도 낄 수 없는데…. 시위와 관련된 기록을 보자면 1987년에 발생한 시위가 1만2천9백57건, 체포된 수로는 88년에 1만5천6백17명, 최루탄 발사량은 23일 만에 10만1천4백9발이라고 한다. 아마 시위진압 요령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이다. 그리고 간첩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42년간이나 옥살이를 하고 있는 경우도, 이 부문의 기록이란다. 국제적인 비교가 어렵기는 해도, 6공화국 출범 이래 금년5월말 현재의 시국관련 구속자수가 5천7백65명이라는 점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마음에 걸린다.
■ 누가 이 여인에게
간음하다가 들킨 여인에게 기쁜 소식을 전한 예수의 판결문만을 놓고 보자면 입이 있다고 감히 단죄의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누가 감히 돌을 집을 수 있을 것인가! 그러나『검은 건 검고 흰건 희다고 말하라』한 예수의 멋들어진 훈수(?)에 따르자면, 침묵은 결코 금일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장님잔치가 벌어진 것도 아닌데, 온 국민이 흑백조차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잃은듯이 보인다. 한 통속이 되어 어우렁 더우렁 살아가는 이 시대의 녹슨 양심이 문제다.
의학적으로 맞는 말인지는 몰라도, 현대병의 하나인 암은, 외국말로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모르기는 해도, 우리네 할배 할매들이 말하는 가슴앓이가 바로 그것일 것이다. 그것은 마음에 맺힌 바를 제때에 풀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슴에 품어두고 아파할 것이 아니라 그때 그때 터뜨릴 필요가 있다. 시쳇말로 한다면, 언론의 자유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울리기나 하는 꽹과리처럼 소리나 지르고 말 것이 아니라, 언론의 권리로 찾아야 한다.
■ 과태료를 물리자
우리는 모두의 이익을 위해서, 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가 약속을 다짐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는 일정한 제재를 가한다. 여기서는 누구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정치적인 이유로 면책특권을 누리려 드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정치인들이다. 예를 들자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의 시한이 법으로 정해졌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무도 그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경우처럼 말이다.
가슴애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의 공고권자인 대통령이 그 시기를 어겼으니, 대통령에게도 과태료를 물려야 한다. 자동차 이적 위반자들처럼 민초만 과태료를 물어서는 안된다. 법대로 해야 한다. 그러니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는 표(票)로 말해야 한다. 교통 관계 법칙금이 엉뚱하게 쓰여진다는 소리를 듣다보니 벼라별 의혹이 꼬리를 문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윗물은 흐린대도 아랫물이 맑기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도 유분수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래 가지고는 아무것도 얻을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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