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대 입시 부정사건의 충격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그것은 사건 자체가 현직 고교 교감ㆍ교사들에 의해 치밀히 계획된 범행이었다는 사실 외에도 입시 부정이 전기대에서도 이미 드러났고 소급해서 과거에도 저질러지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예능계 대학 교수들이 거액을 받고 수험생을 부정합격 시켜주다 들통나 구속되던 초췌하고 가련한 모습의 잔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고등학교 교사들이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면서 비애와 분노와 허탈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왜 우리의 교육풍토는 이 같은 파행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어떻게 고등학교 교감과 교사가 비밀회사를 차려놓고 대리시험자를 모아 시험을 대신 치뤄주고 거액을 받아 챙기는 사기행각을 벌이게 되었는가,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들의 꾀임에 넘어가 대리시험을 쳐준 일류대학생들은 어찌되는가? 아무리 돈이 궁하거나 돈이 탐난다 해도 애써 쌓아온 학문과 젊음과 패기와 정의감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들이 댓가로 받은 5백만 원에 그들의 인생을 걸만큼 돈이 절박하고 궁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자식의 대학입학을 돈으로, 그것도 뒷구멍으로 해결하려한 학부모는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자식을 대학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의 안타깝고 애절한 심정은 누구나 공감하는 바 이다. 그러나 그 마음을 돈으로 해결하려고 한 것은 동정의 여지가 없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1억5천만 원까지 자식을 부정 입학시키는데 선뜻 거액을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치부과정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들리는 바로는 해당 학부모 중에는 검사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도 끼어있다니 더욱 한심스럽다.
결국 이번 입시 부정은 돈 때문에 저질러진 매직(買職)ㆍ독직(瀆職)사건이다. 신성하고 존귀해야 할 스승의 자리를 돈으로 팔고 더럽힌 것이다. 이들은 비록 열악한 교육환경과 넉넉치 못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교직을 지켜오고 있는 절대 다수 교사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교권을 땅에 떨어뜨렸다. 이번 일로 올곧은 교사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또 해야한다. 교사로서의 양식과 품위를 손상시킨 자들에 대해서는 법의 엄정한 제재가 있어야할 것이다. 또한 이번 후기대뿐 아니라 전기대와 그리고 과거에도 같은 부정이 저질러졌는지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나아가 94학년도부터 다르게 실시되는 대학입시에도 대비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대책들과 함께 보다 근본적이고 시급한 일은 입시 위주의 교육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 또 백년대계를 세워 자질있는 교사를 양성해야한다. 이와 함께 돈 많고 실력모자라는 학생들이 대학에 양성적으로 진학 할 수 있는 길이 넓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선행돼야 할 일은 비뚤어진 양심, 빗나간 윤리관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교사도 학생도 학부모도 우선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는 아무리 좋은 제도나 교육도 제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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