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가 말려들고 목에는 가래가 끌어 말을 해도 알아들을 수 없고 눈동자도 흐려져 아내가 다시 의사선생님께 어떠냐고 물으니 살 가능성이 없으니 집에 데려가든지 치료해 보든지 마음대로 하라고 하셨답니다. 부모님께서 며칠 더 기다려 보기로 하였답니다. 그때 수녀님이 오셔서 아내에게 『종교가 있느냐』고 하여 절에 다닌다고 하였더니 그냥 가셨다가 이틀 지나서 수녀님 두 분이 다시 오셔서 『대세를 주면 어떠냐』고 물으시어 마음대로 하시라고 하고 죽으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겠지 하고는 속으로 혼자 약사여래불을 외웠다고 하였습니다. 그때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로 이끌기 위하여 꺼져가는 나에게 생명의 입김을 불어 넣어 주셨던 것입니다. 수녀님께서는 본명을 요셉이라고 지어 주셨습니다. 그 무렵 허리에는 손바닥만한 욕창이 또 시커멓게 자리를 잡았고 엉덩이 욕창에다 다리 찢어 놓은 곳에 치료를 하면 의사선생님 혼자 할 수 없어 30여 분을 아내가 다리를 들어주고 하는데 팔이 빠지도록 아파서 참을 수 없도록 힘들었다고 하였습니다. 병원 신관이 완공되어 중환자실을 신관으로 옮기게 되어 맨 마지막으로 올라갔는데 중환자실안 독실로 들어갔습니다. 축성식에 오신 분이 병실을 둘러보고 지나가는데 전부 나를 비웃고 지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죽인다고 했더니 담당 수녀님이 오셔서 왜 그러느냐고 물으셨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방금 지나간 사람들이 나를 보고 비웃고 지나갔는데 죽인다고 하였더니 잘못 보았다고 하면서 타일렀습니다. 내가 이렇게까지 비관하지는 않았는데 그날은 나도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독실에 혼자 누워 있으니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아내에게 저기 환자가 많은데 또 밖을 볼 수 있는데로 가자고 하니 여기는 조용하고 돈도 많이 주고 있으니 그냥 있으라고 하였습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냄새가 지독하게 나서 독실로 왔다는 것입니다. 또 병원에 와서 밥도 한 숟갈 안 먹고 링겔주사만 맞았는데도 설사를 매일 얼마나 하였는지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중환자실에는 항상 불이 켜 있고 정신이 잠깐씩 왔다 갔다 하니 밤낮도 모르고 지냈습니다. 대세 준 수녀님이 오시면 꼭 성호경과 본명을 묻고 하셨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수녀님이 가르쳐 주시고 다음에 또 오셔서 물으시면 모르고 다음에 또 오시면 아내가 옆에 있으면 물어보고 없으면 잠을 자는 척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수녀님은 지나가지 않으시고 들어 오셔서 깨우셨습니다. 일어나는 척 하고 눈을 뜨면 물으신다.
글ㆍ이병곤 그림ㆍ서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