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회 최대의 과제중 하나인 구약성서의 우리말 번역작업에 착수한 주교회의 성서위원회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수년만에 단행본의 첫 결실인 「시편」을 발간함으로써 한국교회 성서번역사에 큰 획을 긋는 대장정에 돌입했다.
시편 발간 뿐아니라 현재 「잠언」은 모든 원고작업이 끝났으며, 「욥기」는 본문번역이 완료된 상태이다.
그리고 주교회의 성서위원회는 2천년까지 구약성서 46권 전권의 발간을 목표로하고 있다고 한다.
성서를 전문적으로 연구해온 전문학자들에 의해 펼쳐지고 있는 이 작업이 끝나 우리말 구약성서가 완간된다면 이는 2백년 한국천주교회사상 초유의, 금자탑을 이룩하는 쾌거가 될 것이다.
물론 우리의 구약성서 번역 작업이 처음은 아니다. 더구나 시편의 경우 성서학자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고 선종완 신부의 번역본과 현재 각종 가톨릭 전례서에서 공용으로 채택하고 있는 고 최민순 신부의 번역본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에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의 구약성서 첫 번역작품 역시 「시편」이어서, 시편은 우리말 번역본 가운데 가장 다양한 번역본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편 외에도 고 선종완 신부가 1958년부터 1963년까지 5년동안 출간한 구약성서 번역본 가운데는 모세오경을 비롯 총16편에 이르고 있다.
그 시대에 오직 홀로 작업을 하였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의 업적을 이룩한 고 선종완 신부는 1968년부터 8년간 신구약성서 공동번역의 가톨릭 전문위원으로 참여함으로써 개인 번역작업을 중단, 큰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고 선종완 신부는 1976년 7월11일 작고하기 전날까지 병상에서 원고교정을 모두 마치는 정열을 보였다. 이러한 선신부의 열정에 비춰볼때, 그가 개인 번역작업에 몰두하였다면 한국가톨릭은 이미 60년대에 우리말 신구약성서완 역본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성서번역 환경은 50~60년대에 비하면 엄청나게 좋아졌다. 우선 성서학자들이 계속 배출되고 있고, 비록 공동번역이기는 하지만 신구약성서 완역본이 있으며 신자들의 성서공부에 대한 열의까지 폭발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년전 한국천주교회 2백주년을 기념한 가톨릭용 신약성서가 완간된 상태이다. 따라서 주교회의 성서위원회가 목표로 잡은 2천년까지의 구약성서 완역본 발간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여진다.
성서번역 작업은 그 어느 사업보다 귀중하고 성스러운 작업이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작업이다. 이 무더위에 번역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성서학자와 관계자들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그리고 주교회의뿐 아니라 전교회 차원에서 재정적인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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