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싫어하는 여자의 부류에는 세가지가 있다. 그 쳇째는 반바지차림의 여자요, 둘째는 마구 떠드는 여자요, 셋째는 군것질하는 여자다.
계절탓인지 반바지차림의 여자들과 자주 마주친다. 반바지가 처음 유해할 때는 주로 미혼여성들이 많이 입더니 요즈음은 중년여성들도 많이 입고 다니는 것 같다. 반바지는 실용적, 활동적이다. 또 바깥으로 무처럼 곧게 뻗은 각선미가 한결 시원스럽고 뭇 남성들을 즐겁게(?)해준다. 그런데 반바지처럼 중에는 무릎 위로 30cm나 올라가는 초미니 반바지도 있다. 이쯤 되면 이름이 좋아 반바지이지 실제로는 속옷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까 그녀들은 속옷을 바깥에 걸치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차림으로 의자에 앉으면 위험수위를 넘은 노출에 괜히 내가 조마조마해진다. 아찔하다. 현기증이 난다. 그러나 당사자는 오히려 당당하다. 뉴패션이란 미(美)의 과시용으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인의 품위유지를 위해서도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노출을 아름다움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위대한 착각에서 벗어날 때까지 나는 그녀들을 싫어할 것이다.
저녁 퇴근길에 지하철을 타면 조용히 명상에 잠기는 여자들도 있지마는 일행끼리 마구 떠드는 여자들도 있다. 승객 모두 하루종일 일에 시달려 피곤에 젖어 잇는 처지요 또 지하철도 일종의 공공장소이고 보면 조용히 가면 좋으련만, 복잡한 지하철안에서 그녀들은 큰소리를 마구 토해낸다. 참다 못해 화난 시선을 보내면 되받아 보낸다. 얘기 내용도 직장상사, 친구 흉보기가 대부분이다.
나는 그 여자들이 조용해진지 한시간 30분 후까지 그들을 미워할 것이다
나는 또 지하철 안에서 군것질하는 여자들을 연민의 정으로 쳐다본다. 갈증나고 배고프면 군것질하는것이야 당연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지하철 안인가?
쥐포냄새, 오징어냄새 풍시고 음료수 마셔가면서 입불룩하게 우물우물 씹어대는 모습은 교양있는 여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들중에는 비닐봉지를 그대로 두고 내리는 경우도 있다 그것 참 고약한지고. 자유분방함을 아무것이나 해도 좋다고 해석하는 그 편리한 미망 (迷妄)에서 벗어날 때까지 나는 그녀들을 혐오할 것이다. 이런 여자들을 나는 「부끄러움을 모르는 여자들」로 한 묶음하려 한다. 우리나라 여자들은 「부끄러움의 천재들」 이었는데 왜 이렇게 부끄러움없는 여자로 변해가는 것일까?
자기표현, 적극성, 발랄함도 좋지마는 그것이 공공의 에티켓과 조화될 때 더욱 돋보이는 법. 이때 나는 비로소 그녀들을 좋아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