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우리 세상이 이렇게 밖에 되지 못한 일차적인 책임을 물론 남성들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그 남성 뒤에서 내조하고 있는 여성의 책임 또한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남자는 세상을 움직이고 여자는 그 남자를 움직인다』는 말이 있다.
부정축재를 하고 타락하는 남성 뒤에는 돈을 탐하고 과소비를 즐겨하는 여성이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유교적인 윤리규범이 확립돼 있어서 그런대로 법도와 생활이 어떤 궤도위를 가고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유교적 규범이나 질서도 무너지고 없는 데다, 어떤 새로운 규범이 확고하게 정립되지도 않은 상태이다.
과거에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던 시설, 남성들이 세상의 주도권을 잡고 있던 시대에도 훌륭한 여성들이 집안을 잘 다스리고 남성을 잘 보필하여 올바른 길로 이끌어 간 예가 얼마든지 있다.
「여계」는 후한(後漢)의 반소(班昭)가 지은 책으로서 현존하는 중국 최초의 여훈서(女訓書)이다. 반소 자신이 여성학자요 현모양처이며 최초의 궁중스승으로 일컬어져 온 사람이다.
「내훈」은 조선시대 덕종비(德宗妃) 소혜왕후 (昭惠王后)가 쓴 책으로서 궁궐 내의 여성들 뿐아니라 일반아녀자들에 이르기까지 배우고 익혀서 집안을 다스리는 법을 알도록 엮은, 여성들의 지침서이다.
오늘날 급속한 사회의 변동과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이러한 여훈서들이 전근대적인 소산으로 낙인 찍혀 빛을 잃은지 오래 되었다. 그런데 먼지 앉은 서가에서 뜻밖의 보석을 발견하듯이 진귀한 언어들을 만나게 되었다.
「여계」의 부행(婦行)편을 보면, 부덕(婦德), 부언(婦言) 부용(婦容), 부공(婦功)의 네가지 행실을 들고 있다. 부덕이란 반드시 재주가 뛰어나게 밝고 총명한 것이 아니라, 예절지킴에 절도가 있고 조용하며 너그러운 성품을 말하며, 부언은 재변이 아니고, 때와 장소에 알맞은 말의 선택과 남에게 싫지 않은 말을 하는 것을 가리키며, 부용이란 미모를 의미함이 아니라 항상 몸과 의복이 정결함을 말하고, 부공은 솜씨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놀기를 즐기지 않고 항상 부지런하며, 음식을 정갈하게 마련하여 가족과 빈객을 공대할 줄 알아야 하는 것을 이른다.
「내훈」의 부부(夫婦)장에는 역대 중국의 황후들 중에 특별히 황제를 훌륭하게 보필한 사례들을 들고 있다.
초장왕(楚莊王)의 부인 번희는 현자(賢者)를 천거하여 국사를 보필케 하여 장왕으로 하여금 패주(覇主)가 되게 하였고, 초소왕(楚昭王)의 부인 월희는 열락에 빠져있는 소왕을 정사(政事)에 부지런한 왕으로 이끌었으며, 스스로 검소한 생활을 하여 다른 여인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후한의 등황후는 덕이 높고 절도가 있어 궁중안에 모범이 되었고, 외척(등씨 일가)을 일체 등용하기를 사양하여 벼슬을 하는 법이 없었다.
이밖에도 선정(善政)을 베푼 많은 황제들 뒤에는 위대한 여성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 가톨릭 신자 3백만명 중에 여성이 60%를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 여성들의 책임과 역할이 중차대하다고 생각된다.
새벽에 남편보다 먼저 일어난 아내가 한 쪽 옆에서 조용히 기도하는 모습은 남편에게 힘과 희망을 주며 믿음으로 이끌어 갈 것이다. 아내가 남편에게 헌신적으로 봉사하고 존경할 때 남편은 감동을 하며 아내의 권유를 들을 것이다. 「당신이 믿고 따르는 그분 (예수님)이 정말 좋은 분인가 보오」라는 고백을 남편으로부터 듣게 될 것이다.
결국 우리 여성이 솔선수범하여 어두움을 밝히는 빛이 되고 타락을 방지하는 소금이 되는 길 밖에 없다.
요즈음 남편들을 열심히 돈을 벌고 출세하는 데 여념이 없어서 가정에 등한하고 가족에 소홀한 경향이 있다. 아내는 거기서 오는 욕구 불만을 밖에서 친구들과 먹고 노는데서 보상해 보려고 시도한다. 비싼 옷을 사입고 자주 외식을 하는 것도 그러한 허전함을 메꾸기 위한 방편일 것이다. 잦은 외식은 가정의 단란함과 화목을 파괴한다. 아내가 손수 만든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을 놓고 밥상 둘레에온 가족이 오순도순 식사하는 가정은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기에 어렵지 않다.
「살림」이란 말은 본래「살리다」라는 동사에서 나온 명사이다. 「살림을 잘한다」는 말은 알뜰하게 가계를 잘 꾸려간다는 뜻만은 아니다. 근본적으로 집안을 잘 살리는 일, 집안을 잘 다스리는 일을 말한다.
허례허식을 삼가고, 작아서 입지 못하는 아이들 옷을 친척이나 이웃간에 나누어 입는 일, 우유팩 헌신문지를 수집하여 나라살림을 돕는 일 등 은 모두 여성이 앞장서서 할 일이다.
일본엔 공부회(勉强會)가 수도 없이 많아서 남녀노소가 끼리끼리 모여서 공부를 한다. 우리도 먹고 노닥거리는 계모임을 줄이고 독서회를 열어서 좋은 책을 돌려가며 읽고, 지식이 많은 어머니, 교양이 높은 어머니, 문화생활을 하는 어머니가 되면 남편도 좋아하고 아이들도 기뻐하며 존경할 것이다.
현대의 여훈서는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까? 함께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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