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인생이든 살아가노라면 넘어야할 산과 건너야할 강이 있다고 한다. 횡단보도를 건너다 순식간에 당한 교통사고는 충격 그 자체였다. 발목관절이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 넓적다리까지 기브스를 한채 두어달은 지내야 한다는 의사 말에 이틀동안은 그저 울기만 했다. 도무지 대책이 안서고 하두 기가차서 말이 안나올 지경이었다. 최고의 투지라고 생각하며 뒤늦게 시작한 대학원 공부탓에 겨우 방학동안에나 활발한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터에 종강한지 며칠만에 사고가 났으니 더이상 말해서 무엇하랴. 더구나 작품이 두 프로에나 들어가서 이미 수정작업이 시작된터라 이건 요즘 애들 말마따나 이판 사판에 공사판까지 겹친 꼴이 됐다. 뭔가 꼬여도 한참 꼬인게 어긋나도 잔뜩 어긋난듯 보였다.
그러다가 한 사흘째쯤 되던 날인가? 문득 어떤 빛줄기를 통해서 메세지를 접수하듯 그렇게 한줄기 생각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이었다. 「네가 이정도만 다친것은 하느님의 가호와 은총에 힘입어 사고가 날때 수호천사가 너르 보호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네가 그런 은총을 입은것은 너를 위해서 기도하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 때문이다」
몹시 분노해 있고 격한 상태에서 떠오른 생각들이라 처음엔 물론 당혹감이 컸다. 그러나 곧「아! 그랬었구나. 나를 위해서 단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해 주시는 대모님과 가족들, 그분들 때문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모든게 달라보이기 시작했다. 모든게 다감사할 일일뿐, 울고불고 스스로를 들볶을 일은 결코 아니었다. 걸을수 있다는 기대감만으로도 감사, 큰상처가 안나것만 해도 감사, 가끔 살림을 보살펴주는 이웃사촌이 있어서 감사…! 물론 그 고생스러움이야 어디 이루 다 말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비록 다리는 부러져 있을망정 온통감사하다는 생각뿐이었다.
이번 사고로 내가 크게 깨달은게 두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주님의 자비로 우심과 사랑을 크게 깨달은 것이요. 또 하나는…장애자들에 대한 나의 사고방식과 편견이 얼마나 잘못돼 있었는가를 깨달은 점이다. 평소, 장애자가 옆으로만 지나가도 괜치 께름직한게 불쾌한 감이 없지않았었는데 그야말로 이번에 겪은 뼈아픈(?)교훈 때문에 편견의 오류들을 완전히 고칠구 있게된 것이다. 이러한 직나라한 告白을 듣고 지도신부님이 하신 말씀은「그래 이제 철들었구만. 사람됐어」였다.
그리고 한가지 더, 아주 중요한걸 깨달은게 있다.
「행복」이란 결코 우리들이 생각하듯 그렇게 시끄럽거나 요란한 소리를 내는것이 아니며, 또한 감사함을 모르는 마음에는 자리한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등에 업힌채 해변가에서 바닷가 저녁 노을을 바라보던 그 아름답고 충일하던 행복감! 어쩌다 잠시 바깥 바람만 쐬어도 어깨 춤이 더덩실 저절로 나올 정도로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던지…! 정직한게 고백컨대 「행복」이란 결코 투쟁해서 쟁취 하는게 아닌 지극히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 삶의 조촐함들 속에서만 피어나는 작은 풀꽃같은 것임을 뒤늦게 가슴으로 깨달았던 것이다. 이런 깨달음 하나만으로도 뜨거운 한여름을 고단하고 불편하게 보낸 충분한 이유가 되지않을까?
※문화예술인성당 : 793-7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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