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이야기를 들은 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저도 같은 병인데…』. 장님을 부축하고 있던 사람이 처를 쳐다보며『어떻게 치료를 하셨길레 앞을 보십니까? 무슨 치료 방법을 쓰셨길레…?』
장님은 처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며 애원하듯 말했다. 처는 그동안 치료한 방법과 신앙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주었다. 내가 옆에서 보아도 그 두 사람은 희망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과 헤어진 다음 처는 몹시 걱정스러워 했다. 본인도 장님이 되면 어떻게 하는가 라는 것이다.
나는 처에게 이렇게 말했다.
『세은 엄마, 의료보험도 안 되는 그 희귀병을 가진 그 장님을 하필 옆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아? 똑같은 해에 발병을 한 두 사람이 한 사람은 장님이 되고 한 사람은 별 불편없이 볼 수 있는 것이 주님의 은총 아니겠어? 열심히 믿음을 키워 나가자구. 주님은 우리 부부를 결코 버리지 않았다는 증거를 이렇게 볼 수 있잖아』라고 말한 나 자신도 우리 부부에게 어떠한 육체적 시련도 신앙의 힘으로 견뎌나갈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느낄 수 없는 존재함의 감사와 은총을 느끼며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2년 전 늦은 가을부터 시작한 나의 운명은 내 의지보다 분명히 누군가 보이지 않는 큰 힘에 의해 이끌려 왔다.
나를 버림으로써 내가 그리스도를 영접할 수 있게 가르쳐 주었다. 자기를 태워 세상을 밝혀주는 초와 같은 인간이 되어 세상에 그리스도를 드러냄으로써 이 땅에 하느님 나라가 이룩되게 하는 사명을 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바람개비가 영원히 돌 줄 알고 살아가고 있다. 어떻게 돌고 있는지조차 알려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갑자기 그 바람개비가 멈춰 버릴 때 얼마나 허망하고 비참한 지를 알 것이다. 더구나 나를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전혀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며 자기에게 또 하나의 바람개비가 있다는 것을 모르며 자기 삶을 마감해 버린다. 또 하나의 바람개비가 그리스도만이 돌릴 수 있는 영원한 바람개비다. 그것을 깨닫게 하나의 바람개비를 손에 쥐어 주었다. 멈추지 않는 바람개비를 쳐다보며 매일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주여!
주님이 주신 한 데나리온을 꼭 잡고 주님께 무릎을 조아리지만 너무도 송구하고 죄스럽습니다. 내 마음 항시 비우고 항시 주님을 모시오니 주님 다시 오실 때 먼 발치에서라도 주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십시요. 아멘.
지금까지 애독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호부터는 강원도 홍천군ㆍ읍 희망1리 심재덕(안드레아)씨의 「사랑의 기쁨」이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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