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소 신부님…★
누가 일러 말했던가 요즘은 개성시대라고….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신부님의 모습도 각양각색이어서 면도를 안 하시는 신부님은 제법 되고 심지어 말총머리(?)까지 하시는 신부님도 계신다.
시골본당에 계시는 N 신부님, 노인들이 많은 이곳 본당 사목의 특성상 어리지 않게 보이려고 일부터 면도를 안 했는데 그 모습이 의젓한 미국 대통령을 닮아 별명이「링컨 신부님」이시다.
대림절 9일 기도를 바치면서 신부님은 매일 강론을 하셨다. 신자들은 찰고 면제 받으려 근근이 나오긴 하여도 고단한 일과 때문인지 모두가 조는 통에 신부님은 늘 맥이 빠졌는데 오늘은 웬일인지 한 농부가 강론 도중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틀림없이 이 양반이 내 강론 때 감동하여 우는 것이라고 생각되신 신부님은 매우 기분이 좋아서 한 20분 가량 강론을 더 길게 잡아 하셨다.
마치고 나서 신부님이 그 농부에게 물었다. 『제 강론 중 어느 대목이 그토록 형제님을 울렸나요?』
그러자 그 농부 왈,『신부님, 어제 저희 집 염소가 다섯 마리나 죽었잖았겠어요. 강론 때 신부님을 가만히 뵈니까 그 수염이 어찌 그리 우리 염소를 닮았는지요. 그래서 죽은 염소 생각이 나서 안 울었습니까』
★…분장…★
산간학교에서 모의 올림픽을 위한 준비 시간이었다.
각각 자기가 꾸미고 싶은 대로 역할을 정하고 분장하도록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지시했다.
『분도야, 너 어떤 역할을 할거니?』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전 교황님이 될 거예요. 그래서 의젓한 교황님으로 분장하려고 해요』
잠시 후 분장을 마친 분도가 선생님께 와서 『저 어때요?』하고 뽐내며 물었다.
어설픈 수염과 우스꽝스런 모자 등을 찬찬히 뜯어보시던 선생님이 이윽고 수첩에서 종이 한 장을 찢어 뭐라고 적어 주셨는데 거기엔 「마태오복음 26장 41절」이라고 적혀 있었다.
분도는 자기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성서 구절을 떠올리시는 걸 보니 내가 과연 거룩하게 생기긴 생긴 모양이라고 좋아하며 뛰어가 도대체 그구절이 무언지 얼른 찾아 보았더니 거기엔 이렇게 씌어 있었다.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구나」
★…산책…★
바오로씨가 본명 축일을 맞아 모처럼 부부가 함께 저녁미사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여보, 저곳을 기억하세요? 우리가 연애하던 시절 늘 앉아 있던 곳이예요』
그러자 바오로씨 시큰둥하게『아직도 저렇게 바보 짓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놀랍군』
★…숨 쉬기…★
주일미사에 참례한 바오로씨가 영성체 하러 행렬에 섰는데 누가 자꾸 뒤에서 미는 것이었다.
『자꾸 밀지 마세요』
『미는 게 아니라 숨 쉬는 거예요』
『그러면 숨 쉬지 마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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