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에 바탕을 두고 전인교육을 지향하는 고교용 종교교과서가 발간됐다.
오는 3월 신학기부터 전국 35개 가톨릭계 고등학교에서 사용될 이 교과서는 가톨릭 교육재단협이 수년간의 연구 검토 끝에 교회 석학들을 회동시켜 2년간 편찬작업을 추진 결실을 본 것이다.
초판으로 인쇄된 1만5천권은 가톨릭계 고교를 제외하고도 국공립 고등학교와 일반 사립 교육재단에서도 주문이 잇따라 선교책자로서도 큰 몫을 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현금(現今) 우리나라는 대입ㆍ고입에 있어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입학으로 인해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나라 안이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행단(杏壇)만 성하면 절망하지 않아도 되며 국가 존망의 마지막 보루인 행단마저 썩어들면 그 사직은 끝장이라는 옛 사람들의 가르침을 금과옥조처럼 중하게 여겨왔다.
그런 우리에게 있어 최근에 보도된 엄청난 교육계의 비리는 국민 대다수로 하여금 아연실색케 하기 충분한 성질의 것이었다.
학벌ㆍ황금만능주의 등 외형을 중시하는 근래의 사회분위기 속에서 준법정신과 가치관이 마비되어 가다보니 이처럼 상식을 초월하는 부정이 전개돼 왔던 것이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앞으로의 과제가 아니겠는가.
현재 대안으로 나와 있다는 것이 교육부가 주관이 되어 대규모 감사를 실시하고 비리가 드러난 대학에는 각종 지원 감소, 시설확충 규제 그리고 엄벌 위주의 징계조치 등에다 기부금 입학 정례화 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안으로는 부정시비와 문제점 노출이 그치지 앓을 것은 자명하다.
그 이유는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는 원초적인 원인 즉 인간의 심성을 쇄신ㆍ개혁하는 작업 없이는 근본적인 변혁이란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해방후 특히 60년대 이래 지식과 기술만을 중시해온 교육정책의 단말마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지 않는가.
인간의 마음을 창조적으로 변환시키는 이 과업 역시 교육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동서고금의 현인들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게 하고 인간의 근본문제를 파헤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스스로 추구하게 하는 교육과정이 교육부 주관으로 심오하게 연구돼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가톨릭 교육재단협의 이번 성과는 작지만, 국가 백년대계적인 사업에 걸맞게 창조적이다.
현재 1주 2시간ㆍ4단위ㆍ1년간의 교육은 너무나 부족하다. 또 35개교로는 너무 대상 학교가 한정됐다.
교육부는 대상 학교의 범위를 넓히고 또 학교 수도 크게 넓혀야 한다.
나라안에 가득한 부정부패 비리에 대한 대안은 장기적인 안목 하에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이 가장 늦게 보이지만 실상은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임을 명백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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