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인 2월11일을 세계 병자의 날로 정하고 올해를 시작으로 매년 전 세계 교회가 지내도록 했다.
제1차 세계 병자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문에서 교황은 이날 이 신자들에게는 『교회의 선익을 위한 기도와 나눔 그리고 고통을 봉헌하는 참된 시간』이 되고 모든 사람들에게는 『몸이 성치 못한 형제들의 얼굴에서 고통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인류의 구원을 성취하셨던 그리스도의 거룩한 얼굴을 알아보도록 초대하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그리스도교 공동체가 여러 기회를 통해 고통의 세계와 병자들에게 언제나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이러한 오랜 전통에 충실하여 보편교회가 새로운 봉사정신으로 이 병자의 날을 거행하도록 요청했다.
이미 지난해 5월13일자로 발표한 세계 병자의 날 제정서한(구원에 이르는 고통)을 통해 교황은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의 빛 안에서 『질병은 더 이상 단순한 하나의 부정적 사건으로 비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방문」인 동시에 사랑을 방출하고 이웃에 대한 사랑의 일들을 탄생시키고 인간의 문명 전체를 「사랑의 문명」으로 변형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교황이 세계 병자의 날을 제정한 동기는 아마도 교황 자신이 12년 전 바티칸 광장에서 알리 아그자의 총탄을 맞고 여러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던 경험과 또 지난해 직장암 수술을 받고 환자생활을 해본 것이 병자들을 더욱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또 병자의 날을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로 정한 것은 교황의 탁월한 성모신심과 자신이 수차례 방문한 루르드에서 수많은 병자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성모 마리아의 특별한 도우심을 청하기 위한 것 등으로 볼 수 있다.
여하튼 전 세계적으로 병자들을 위한 날이 정해졌다는 사실은 병자들이나 의료인들 그리고 정상인들 모두를 위해 의의있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그것은 각자가 질병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환자들을 어떤 마음으로 보살피며 고통에 동참하고 그것을 분담할 것인가를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교황이 질병을 「하느님의 방문」으로 본 것은 병자들이 그 질병을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고 보다 굳건한 믿음과 고통의 승화를 강조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의료인들에게는 인간존엄성에 대한 존중과 수태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투철한 생명수호 정신을 거듭 환기시키고 있다.
특히 『질병은 사랑을 방출하고 인간의 문명 전체를 사랑의 문명으로 변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새로운 정의는 우리 모두가 깊이 되새기고 실천해야 할 일이다.
금년에는 우리 교회에서 별다른 관심이나 홍보ㆍ행사 등이 없이 지나친 세계 병자의 날이 앞으로는 잘 준비되어 소기의 목적을 이룰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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