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모님이 말씀 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다. 몇몇 자매님이 성가를 부르며 대모님은 치유 기도를 해주었다. 대모님의 손길은 잔잔한 파도와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 느낌은 신비스러웠고 내 몸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았다. 기도가 다 끝나자 내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믿음이 강하면 좀더 쉽게 효과를 본다고 하였다. 그 대모님은 나로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를 들어 마귀 쫓는 이야기, 성모님의 얼굴, 연옥 이야기 등을 하였다. 나는 옆에서 하두 궁금하여 질문을 했다.
『대모님 종교는 어차피 영생과 내세를 믿는 것인데 그것에 대하여 말씀해 주세요』
『고스마씨는 주님이 버리신 것이 아니라 찾으신 겁니다. 그러기 위하여 육신의 고통을 준 겁니다. 이미 영생을 얻으셨어요 그러나 지금 이 이야기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고스마씨는 영적으로 아주 갓난아이와 같아요. 갓난아이에게 어른의 생각을 말해준다 해도 믿을 수 있겠어요? 고스마씨가 가지고 있는 지식으로 따지거나 의심하지 말고 굳게 믿어요. 시람은 각자마다 신앙의 그릇을 갖고 있어요. 고스마씨는 큰 그릇을 갖고 있는데 비어 있어요. 묵주기도를 많이 하세요. 그 그릇은 기도로 채워야 해요. 고스마씨는 레지오에 가입하세요. 그리고 주위의 불쌍한 사람을 외면하지 마세요. 믿음으로 치유할 수 있어요. 주님은 고스마씨에게 많은 것을 주었어요. 총명한 딸을 주었고 지식을 주었어요. 이러한 것을 불쌍한 이웃에 나눠주고 그들의 고통을 같이 나눠주어야 해요. 그러면 고스마씨도 영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 분과 몇 마디를 나눈 나는 나의 갈 길이 환히 보이는 것 같았고 예비자 교육 중 박 신부님의 가르침이 대모님의 말씀으로 완성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날이 건강이 좋아져서 남들이 나를 보았을 때 전혀 정상인과 구별을 못할 정도였다. 나는 병원에서 확인해 보려고 동의 의료원에 갔다. 나와 처는 순서를 기다리려고 의자에 앉아 있는데 맞은편에서 장님과 동행인이 걸어오더니 우리 옆에 앉는 것이다. 두 사람은 무엇인가 열심히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언뜻언뜻 이야기 중에 낯 익은 의학 용어가 들렸다. 나는 처에게 말했다.
『세은 엄마, 지금 저 사람들 세은 엄마와 같은 병을 갖고 있는 거 아냐?』
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그들의 대화를 경청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 요지는 대충 이러했다.
장님이 된 그는 87년부터 포도막염이라는 병을 얻었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해 전국에서 유명한 안과 의사는 거의 다 만나보았고 이제는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명암만 알 수 있으며 이제 곧 캄캄한 암흑만이 그를 기다릴 것이며 죽고 싶다고 하며 촛점 없는 눈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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