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면 교구청 앞마당에 젊은이들이 서성거립니다. 사연을 모르는 사람은 교구청에서 신입사원을 뽑는 줄 알겠지만 사실은 신학교를 가기 위해서 면접을 보러 온 젊은이들이랍니다.
이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에서부터 늑수구레한 편입생에 이르기까지 하느님께서는 참 다양한 사람들을 당신 목자로 부르시고 계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성소는 글자 그대로 거룩한 불리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본인이 무척 원하건만 사제의 길을 걷지 못하는 사람도 볼 수 있고, 반대로 사제 이미지완 거리가 좀 있는 듯한 사람(?)이 어엿한 사제가 돼서 우리를 놀래키기도 합니다. 하여간 하느님의 부르심은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일입니다. 함께 어울려 주일학교 교사를 하고 있는 남자 교사 한 명이 아마 이맘 때 쯤으로 기억하는데 교사 회합 후 자유로운 술자리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둘러앉았던 모든 교사들은 무슨 소린가 하고 귀를 모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교사 한 마디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저 신학교 가요』
바로 오늘 신부님 면담을 마치고 추천서를 받았으며 내일 모레 교구청 신부님 면담을 마치고 신학교 편입시험을 본다는 것입니다. 평소 열심한 교사활동 가운데 성소의 씨앗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날 던진 그 선생님의 이야기는 모두를 너무 놀라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는 이야기가 지금도 그 자리에 있던 옛 교사 모두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인 즉『이제 사제의 길을 가기로 결심했으니까 사제가 되고 안 되고는 여러분의 기도 여하에 달렸으니까 평생 숙제려니 하고 저를 위해서 열심히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였습니다. 물론 우리들의 기도 덕분인지 지금 그 교사는 아주 훌륭한 사제가 되셨습니다. 그리고 매년 교구청 앞마당에 모이는 젊은이를 보면 그 생각을 떠올리고, 모이는 모든 성소 지망자에게 그때 그 기도를 바쳐보곤 합니다.
성소자를 바라보면서 바치는 제 기도 가운데는 아마 제 마음 속 한구석에 흔적처럼 남겨진 사제에 대한 바람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때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다가서고픈 마음에 사제에 대한 길을 생각해 보았었지만 쉽지는 않았었습니다. 그리고 또 사제의 길 옆에서도 그 분께 가까이 갈 수 있음은 이제서야 깨닫기도 했습니다만 역시 하느님의 부르심은 참으로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또 가르침의 자리에서 성소의 싹을 가꾸는 일도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이제 그 교사의 말처럼 성소 희망자를 위해서 기도하는 것이 지금 이 시간 제 의무라고 여기고 있으며, 그래서 저기 교구청 마당에 모여 있는 젊은이들을 위해서 이 시간에 특별히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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