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형수의 편지글 모음인 「내가 죽인 예수」란 책을 언제나 좋은 선물 주시는 대모님이 우편으로 보내 주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순수하고 숭고하기까지 한 그의 믿음에 감동되었고 나 자신을 성찰케 했다.
『우리가 그리스도인이 된 은총은 그 무엇과도 견줄 바가 없는 것입니다. 오직 하느님 아버지께서 뜻하시는 저 자신이 되려고 노력하는 일이 얼마나 행복한지요』 사면이 벽으로 갇힌 공간에서도 그의 심령은 끝없는 하늘나라로 열려 있었다. 그는 격렬하게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려고 몸부림치기도 하였다.
『지금 이 죄인이 서 있는 곳은 사회와 격리된 차가운 모통이이며 불모지에 불과한 곳입니다. 그래서 더욱 생각이 가난하며 진실 또한 가난을 벗지 못하는 모순으로 점철된 사람(이 죄인과 같은)들이 모여사는 곳이 아닌 「모아사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론 참아내기에 힘겨운 아픔도 있고 때론 심장을 도려내는 듯한 쓰라림이 있어 이웃의 고통을 눈감고 생각지 않으려는 그리스도인답지 않은 행실을 할 때도 있답니다』
그리스도께서 그 뜨거운 성혈로 심어 주시고 나누어 주신 사랑은 숨 쉬고 있는가? 그가 어머니로 섬기던 서울 구치소 교화 위원 조효성 님은 책 앞머리에 그의 사랑 선교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옥중에서의 말 못할 어려움과 고통, 여러 형제들의 아픔의 몫을 한 몸에 기꺼이 지고 마치 육친의 아버지, 형과 같은 사랑을 아낌없이 쏟아가며 불기둥 역할을 한 것도 그였음을 누구나 알고 있다. 옥중에서 많은 불쌍한 영혼을 사도적 사랑으로 하느님께 인도하여 수십 명이 세례를 받았고 구치소에 들어온 냉담자들을 일일이 찾아 회개시켜 갱생의 길을 얻어 출소한 사람 중에는 내게 찾아와 그의 구명 운동을 하겠다고 애절하게 의논하는 사람도 여럿 있었다. 그를 만났던 신부님이나 교도관의 말에 따르면 교도소 내에서 형제들이 큰 어려움이나 깊은 갈등으로 좌절하고 있을때 수도자의 위로나 교도관의 다스림보다 베드로의 간절한 사랑의 말이 더욱 큰 힘이 되었다』고 한다.
뜨거운 눈물을 같이 흘리며 쓰다듬고 껴안아 달래주는 그 동병상련의 사랑의 격려로 하느님 사랑을 심어주어 다시 빛을 보고 일어서게 만드는 역할, 그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사도직의 참 모습을 그가 보여 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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