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일 간을 회오리바람처럼 지나간 입시부정 사건이 참으로 우리를 슬프게 합니다. 처음, 사건이 터졌을 당시만 해도 정말 이렇게까지 비참한 결론이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지나가리라고는 진정 짐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왜들 이러십니까. 나라가 망하는 꼴을 보고 싶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 나라가 망하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는 의사표시 인가요.
어머니 여러분! 여러분들은 진정코 당신의 자녀들을 사랑하시나요. 당신의 자녀들이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 훌륭하게 성장하기를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여러분의 선택은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은 잘못되었군요. 지금, 여러분은 여러분의 미래, 자녀들의 미래, 나아가 나라의 미래까지도 시궁창 속으로 밀어 넣어 버리는 무모한 선택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 세상 어느 나라 역사에도 이와 같은 일은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 창피해서 고개조차 들 수 없는 형편이랍니다. 누구에게냐구요? 그야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 사람들이지요. 요즘과 같은 정보시대에 우리가 뿌린 고약한 추태가 그날로 세계 구석구석까지 곧바로 날아간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까지 필요하지야 않겠지요.
우리네 역사 속에서 고약한 민족으로 자리하고 있는 일본, 개방이라는 동아줄로 우리의 숨통을 연일 죄고 있는 얄미운 미국이란 나라에서도 이런 일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괜시리 우리를 깔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아가 도매금에 얹어 깔아뭉개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마당에 이번 사건은 그들 나라에게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셈이 되었다고나 할까요. 한국이란 나라쯤은 앞으로 좀 더 짓밟아도 꽥 소리 못하는 나라가 곧 될 것이라는.
생각 좀 해 보세요. 밑돈으로 고등학교에 들어가 대리시험으로 대학에 붙은 사람들, 만일 그런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구성한다고 칩시다. 그 사회가 과연 온전할까요.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 인간이 인간다운 모습으로 자라날 수 있을까요.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조금 벌었다고 물쓰 듯 돈을 쓰는 사람들이 판을 치기 시작하고 그런 부류가 뿌린 검은 돈들이 여기저기 흙탕물을 튀기고 있는 이 마당이 아닙니까.
이 땅의 어머니들, 당신들은 진정 모른신다는 말씀입니까. 무엇이 당신의 자녀들에게 독이 되고 무엇이 약이 된다는 사실을. 지금 여러분이 눈앞의 이익과 자기만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저지르고 있는 온갖 부정의와 불의가 얼마나 무서운 독으로 당신의 자녀들을 해치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이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행동에 옮기고 있는 자녀사랑이라는 형태가 결국은 당신의 자녀뿐 아니라 이 나라 전체를 망치는 독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선, 당신들은 당신 자녀들에게 평생의 짐이 될 거짓이라는 멍에를 안겨주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당신들의 허욕은 교사라는 고결한 직업을 더 이상 갈 곳 도 없이 비천한 것으로 타락시켜 버렸습니다. 물론 교사들의 파렴치한 행위는 그들 자신의 선택이었습니다. 따라서 그들에게 던져지는 따가운 눈총과 아픈 매는 그들이 받아야만 하는 그들의 몫이라는 사실도 전혀 부인할 길이 없습니다.
학생들의 부정입학을 디딤돌로 학교건물을 짓고 개인의 배를 불려온 관련 학교들 역시 우리로 하여금 할말조차 잃게 합니다. 학문에 앞서 모든 학문의 기초가 되는 정의와 정직, 진리와 정도를 가르쳐야만 하는 지고의 상아탑에서 저질러진 탐욕한 이 모든 범죄행위를 대변할 수 있는 말은 결코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불의와 부정 역시 어머니들의 선택이라는 또 다른 불의가 없었다면 결코 존재할 수가 없었으리라 생각됩니다.
학교 측의 말도 안되는 범죄행위를 어머님들에게만 덮어씌우기 위한 의도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어머님들, 수요가 없는 공급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 경제논리입니다.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어머님들은 추악한 범죄행위를 앞장서서 부추긴 공범자들입니다. 당신들의 눈먼 사랑은 우리나라를 또 한번 파렴치한 범죄 국가로 전락시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땅에서 제일 먼저 정신을 차려야 할 사람들은 바로 당신들, 어머니들입니다. 당신들의 깨달음이 없는 한 정부나 관계부처가 외치고 있는 온갖 조치들은 봄날 아지랑이처럼 어느 틈엔가 날아가 버리고 말 것입니다. 당신들이 변하기로 단단히 결심하지 않는 한 △부정대학 5년간 부정관리 △대입제도 관리방법 개선 필요 △교육전반 자정운동 벌일 때 그리고 △대학입시 감독 행정제재조치 등등 매스컴을 장식하고 있는 온갖 현란한 조치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한낱 구호로 남고 말 것입니다.
자식을 향한 어머니들의 절대적 사랑으로 치자면 한국을 대적할 나라가 없을것 입니다. 그러나 그 사랑이 아름다운 결실로 승화할 수 있는 열쇠는 역시 어머님, 당신들의 손에 쥐어있습니다. 자, 이제 우리의 미래는 당신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어머니.
<취재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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