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글은 지난해 6월 26일 의정부 총기사건으로 사형수가 된 김준영 (아우구스띠노) 씨가 8월 19일 오후 3시 서울구치소 성가정상 봉헌식에 참석, 성가정상 봉헌에 따른 자신의 기쁨과 심경을 토로한 내용이다.
주님,
오늘은 1992년 8월 19일. 하늘엔 어제와 똑 같은 태양이 떠 올랐지만 오늘 이곳엔 저의 목숨이 감동으로 떨릴만큼 사랑의 기적이 잉태된 날입니다.
의인을 부르러 오신 것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오신 나의 주님께서 사방 둘러 보아도 허허롭던 이 불모의 터에 사랑 가득한 성가정의 모습으로 오셨기 때문입니다.
『오 복된죄여』라고 노래한 옛 시편의 저자들처럼 당신을 만나게 해준 나의 죄에 오히려 고마움을 느끼는 이 역설의 진리 앞에서 때로 몹시도 지친 마음이 쉬고 싶을때면 얼룩진 마음 그대로 열고 성가정의 따뜻한 이름을 불러보며 절절한 기도로 참 평화를 얻겠습니다.
한평생을 순종과 겸손의 미덕으로 성가정의 해이되신 사랑하올 성모님, 서른 세살 한창나이로 십자가 형틀에 달리신 아드님의 죽음을 겪으면서 그 슬픔에 멍드셨을 당신의 고통을 생각합니다.
또한 오늘도 이곳에 있는 저희 못난 자식들의 엄청난 불효로 상처입고 계신 저희 어머님을 생각합니다. 성모여, 이땅의 모든 어머니들을 축복해 주시어 당신의 높으신 섭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저희 또한 집에 계신 어머니가 그리울때면 십자가 아래서 통곡하시던 당신을 생각하며 뜨거운 기도로 인간적인 그리움을 참겠습니다.
예수께서 그러하셨듯이 저희들도 교화를 천직으로 여기며 사는 이곳의 모든 분들께 사랑으로 순종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어 이곳이 바로 죽은 자아가 죽고 새 자아가 태어나는 새 생명의 터전이 되어 위대한 사랑의 공동체가 될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주님 「사랑의 성가정상」이 이곳에 오신다는 소식을 접하던 날, 사랑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변화시키는 엄청난 힘임을 느꼈습니다.
수인의 몸으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도록 허락하신 당신의 크신 섭리와 이곳의 모든 분들께 뜨거운 감사의 노래를 드립니다.
나날이 황폐해 가는 오늘의 현실속에 그 어느곳보다 사랑의 힘이 절실한 이곳에 성가정의 주인이 되신 우리에게 오신 주님, 당신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가끔씩 모든것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이 찾아와 절망과 불가능의 늪속에서 허우적거리게 될때면 십자가의 고통이 있었기에 부활의 신비가 가능했던 위대한 섭리를 생각하며 무너져 가려는 나약한 신심을 구축하겠습니다.
주님,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 오손도손 소박한 가정을 소망하나 이제는 저만치 멀어져간 하나의 꿈으로만 접어둔채, 당신의 성가정앞에 무릅꿇고 절절한 마음으로 기도 드립니다.
주님, 천국에서나마 저희의 이 간절한 성가정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곳에선 죄도 미움도 파괴도 없는 사랑과 평화와 안신의 참다운 성가정을 이루며 살겠습니다.
아! 오늘은 이곳에 새로운 태양이 떠오른 날,
우리 모두가 때로는 성모님이, 때로는 성요셉이, 때로는 아기예수가 되어 살아있는 나날동안 내가있는 모든곳을 성가정으로 변화시키겠습니다.
성가정의 주인이신 주님 사랑합니다.
당신이 이곳에 찾아오심을 뜨거운 마음으로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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