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을 만나고 싶은 갈증은 오래전부터 내게 있어왔다. 마흔 세 해를 살고 있는 지금까지 사실 그분은 늘 내곁에 계셔서 타고있는 나의 목마름을 지켜보고 계셨음에도 유독 나만이 그분을 뵐수가 없었다. 수 없는 악의 수렁을 지나고, 죄의 숲을 지나고 그분을 침뱉고 있던 그 시간에도 그분은 내 앞에 계셔서 타고있는 내 입술 앞에 감로수를 붓고 계셨다.
힘겹게 살아온 인생탓으로, 그리하여 얻은 직업탓으로, 그 직업이 가져다 주는 교만과 위선과 덧없는 환각 탓으로 나는 내 목마름 위에 덮여 살같이 빠르게 지나치고 있는 세월의 심판을 잊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영혼들이 죽음과 함께 그 갈증을 그대로 가지고 이 덧없는 허허로움의 인생무대를 떠났을 것인가. 그것을 깨닫기까지에는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악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은 나의 옷깃을 잡아 채고 나의 발길을 잡아 묶고 그분이 손짓해 부르시는 거룩한 집 앞에 짙은 안개 막을 피우며 이제 막 그분께 향하는 나를 몰아내고 있었다. 그때마다 신부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처음엔 누구나 그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연예인 미사에 나오게 된지 두어달, 2주일 째였던가. 나는 갑자기 성가를 듣다말고 가슴 밑 바닥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희한의 소용돌이를 느꼈다. 그리고 까닭모를 눈물을 흘렸다.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주변을 의식하며 많은 애를 먹었다. 그리고 비로소 생각했다. 『아. 아. 이것이로구나. 이것이 이 죄인과 그분의 만남의 시작이로구나…』 내가 찾아 헤매던 그 어느 한곳, 수없는 방황이 끝나는 순간에 다가오는 환희.
나는 교리 공부를 시작했고 지난 부활 대축일에 「석두루까」라는 본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이제 방송작가로 기왕에 알려진 내 이름 보다 「석두」라는 내 본명을 앞에 내세우고 싶은 마음이다. 『나를 따르려는 자는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는 말씀처럼 악과 죄 교만과 위선, 덧없이 쌓아온 허명을 모두 털어 버리고 새롭게 태어나 진실한 사랑이 있는 삶을 향해 나갈 각오와 더불어 조선조초기 교회 출판의 성인을 닮고싶은 욕구인가보다…
※문화예술인 성당: 773-7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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