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동안 단 하루도 그 작은 몸에서 석고기브스를 떼어 본적이 없었고 수술실에 들어 갈때 마다 두려운 눈빛으로 엄마를 부르던 가엾은 소피아! 무더운 여름날 석고기브스에 압박붕대까지 감고 땀을 흘리면서도 풀어달라고 보챈적이 없는 착한 소피아가 어미 잘못으로 잔인한 고통속에서 짧은 생을 마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가 막혔다. 그러나 함께 지켜주신 주님을 생각할때 꼭 나을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질수 있었으며 소피아를 통해서 나를 구원하실 계획들이 여기서 중단되도록 가만히 보고만 계실 분이 아니라는 믿음과 성모님께서도 함께 도와 주시리란 이런 확신은 성모님 앞에 무릎 꿇고 기도드리고 수술실에 들어갈때 묵주를 쥐어주면 놓치지 않고 꼬옥 쥐고있는 소피아를 주님께서 사랑하시리란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이러한 믿음탓인지 소피아는 수술 삼일째 되는 아침에 깨어났습니다. 실컷 잠을 자다 일어난 아이처럼…. 의료진과 병원에선 하느님의 기적이라고 기뻐했으며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이유는 마취과 실수로 수술시 많은 양의 마취를 시켰다고 솔직히 말해주었습니다. 하느님은 소피아를 살려주셨을 뿐만 아니라 소피아를 위한 분들까지도 사랑하시고 지켜주시는 분이셨습니다. 그후로 소피아의 수술은 계속되었으며, 성장하는 까닭으로 모든 성장이 마치는 순간까지 피부이식 수술을 하고 그다음엔 성형수술을 해야 되는 어려움이 계속되겠지만 이제 어느정도 안도의 숨을 놓게되었습니다.
그러자 어려움을 지나게된 나의 신앙은 바람에 흔들리게 되었고 지금까지 긴장되었던 병원생활과 수술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온 몸이 나른 나른 하여 신앙생활 역시 기계의 나사가 풀린듯이 시들해지기 시작 하였습니다. 한 동안 수술은 하지않아도 되었으며 경제적인 부담에서 여유를 갖고 가족외출이 잦아지고 남편친구 가족들과 어울려 여행을 다니면서 즐겁기만 했습니다.
한번 빠져버린 세속의 늪은 헤어나기 힘들었고 유혹하는 힘은 커져만 갔습니다. 주일미사 빠지는 일은 예사로운 일이 되었고 신앙인이란 테두리서 느꼈던 작은 죄책감까지도 날려버리고 신자들을 만나게 될때 고개를 숙이고 당황하던 모습도 사라졌습니다. 『개구리 올챙이적 시절을 모른다』는 말처럼….
이러한 나의 생활을 하느님께로 되돌린 것은 두 딸이었습니다. 내가 냉담했어도 열심히 성당에 다니면서 『엄마는 왜 성당에 다니지 않느냐』는 질문에 당황했고 갖다놓은 주보를 받기가 부끄러웠습니다. 어느 일요일 성당에서 돌아온 소피아가 울면서 『엄마 때문에 첫 영성체를 할수 없게 되었으니 책임져라』고 했습니다. 그 충격은 컸고 가슴을 치고 『내 탓이오』한들 소피아 가슴에 안겨줄 상처가 너무나 컸으며 주님 뵈올 면목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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