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은 오늘도 제자들에게 바라시듯 이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세상의 소금이 되고 빛이 되라 (마태 5, 13~14) 고 당부하신다.
그리스도인은 세속을 극복해야 하고 세파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그리하여 한 단계 차원 높은 판단력을 가지고 생활할 때 이웃은 우리를 보고 그리스도인이란 사실을 발견할 것이다.
3백만이란 교세가 증거하듯이 한국 사회에서는 가톨릭 신자라면 비교적 좋은 인상을 주고 있다. 나라가 어지럽고 혼탁할 때 교회 장상들의 한마디 말씀은 신선한 생명수의 역할을 하고 있기에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서울대교구만도 1백만의 교세가 되었으니 타 종교의 큰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민족 복음화의 성무에 정성을 다해 온 신자들의 활동은 이 땅에 이렇듯 큰 공동체를 건설하였기에 하느님께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으며 이제 이 민족의 갈 길을 밝히고 인도할 수 있는 위력을 갖게 되었다. 3백만이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생활한다면 이 땅은 변화되고 새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60년대 이후 우리 교회가 사회 정의에 많은 참여를 하면서 국민 정신의 계도에 관심을 가진 후 자발적인 입교자의 증가로 인한 교세 확장으로 국민의 신앙관에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선교율이 둔화되고 젊은이들이 교회를 찾지 않는 현상은 어쩔 수 없는 시대적 흐름과 사회의 변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지라도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신자들이 먼저 기도하고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사회는 벌써 대선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누가 어떤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될 것인가? 하는 것이 주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스도인은 너그럽고 사랑스러우면서도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투철하고 이웃을 지도하는 입장에서 주님께서 주신 명석한 두뇌로 공명정대하게 판단하여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이들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민족의 통일과 민주화, 진리와 정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던져 희생하고 있다. 이러한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하느님 나라의 정의가 이 땅에 꽃피어 그리스도의 평화를 함께 나눌수 있도록 어둠속의 등불이 되어야 한다. 그 어느 누구가 어둠속을 지나치든지 묵묵히 그들의 길을 밝혀주는 표지판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라고 하신 주님의 말씀을 등지고 세속인보다 한술 더 떠서 지역 패권주의에 편승, 무조건 자기 지역출신을 지지한다는 것은 사명을 저버린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세균이며 반역자임에 틀림없다. 애덕의 정신이 결여된 초보적이고 가식적인 신자의 자세에서 속히 탈피해야 한다. 올바른 판단과 실천은 선교에도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만약에 경상도 신자는 모두 경상도 출신 후보를 지지하고 전라도 신자는 모두 전라도 출신 후보를 지지한다면 이 나라의 장래는 어떠하겠는가?
적어도 그리스도인만은 세속적인 안목에서 한층 눈을 높이 들어 보아야 할 것이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라는 복음화 속에 지역 편중을 떠나 한국 가톨릭신자들은 평화롭고 건강한 국가를 건설하는데 앞장 서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리스도인은 사회 윤리를 바로 잡고 민족 정기를 꿋꿋이 이어줄 사명감이 있어야 하며 후손에게 교훈이 될 일을 내가 실천하여야 한다.
그릇된 일을 하고 사리를 정확히 판단 못한다면 진정한 의미에서 한 공동체의 형제라 할 수 있을까?
정말 이번 대선에서는 우리 지역 대표가 대권을 잡아 야지, 경제적인 혜택을 받아야지하는 옹졸한 사고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교회는 사회를 교육한다. 그리스도인도 세속인을 지도하고 의식을 개조하는데 적극 나서야 한다. 과거에도 그리스도인임을 강조하면서 세속인보다 더 지역 패권주의에 앞장 서고 교회 조직을 악용하려 했던 신자들의 작태가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만약 이번 대선에서 각 교구의 신자들이 민주의 참 주인 노릇을 못하고 지역에 편승하여 휘몰아친다면 선교에 커다란 오점과 장애가 될 것이다. 또한 한국 교회의 일치에도 혼선이 초래될 것이며 건전한 국가 건설에 위배되는 행위로 낙인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민족의 평화에 역사적으로 가장 큰 협력을 하여 민족 복음화에 기여하는 큰 일을 하자고 제언한다.
역시 「한국 가톨릭 신자」란 목소리와 함께 이제 이 땅이 새로운 변화와 더불어 신뢰감 넘치는 공동체가 되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며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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