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4일 우리 한국 교회가 제정한 제13회 인권주일이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인간 존중은 민족의 통일과 번영의 토대」라는 제목의 인권주일 담화문을 통해 우리 신자들로부터 인간의 존엄성 침해에 알게 모르게 동조한 잘못을 회개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담화문은 또 우리 모두는 이기심과 불충실함으로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그 기본 권리를 침해하지 않았는지 깊이 반성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그렇다. 우리는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인간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데 알게 모르게 동조하면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부모살해사건과 불특정 다수인들을 무조건 살해한 지존파사건, 온보현사건 그리고 성수대교 사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어이없는 사건들과 대면해야만 했다. 자식이 부모를 구타하고 살해하며 부모가 자식을 뱃속에서부터 없애버리는 무서운 살인과 패륜의 악순환으로 생명에 대한 기본적 양심마저 무디어져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해야만 했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뿐인가. 최근 연달아 터지고 있는 세금도둑사건 역시 우리 모든 국민들의 인권을 뿌리채 흔들고 있는 범죄라는 점에서 우리를 경악시키고 있다. 정직과 청렴을 기초로 하고 있는 세금공무원들의 놀라운 비리도 비리려니와 국민들의 귀중한 혈세를 관리하지 못한 정부와 관계 당국의 무능과 무책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의 세금을 도둑질한 것은 곧 국민들의 인권을 도둑질한 것이나 다름 없다. 도대체 우리는 무엇으로 도둑 맞은 우리의 인권을 보상 받아야 한단 말인가.
더이상 우리는 언제 어느 지하철이 내려앉을까. 어느 아파트가 무너질까를 근심하면서 시한부 인생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의 세금을 도둑질 당한 채, 우리의 인권을 도둑질 당한 채 위험 속에 방치될 수는 없다. 정부도 관계 당국도 지켜줄 수가 없다면 우리 국민들의 인권은 도대체 누가 어떻게 지켜준단 말인가.
유난히도 대형 사고가 많았던 올해의 끝에 서서 맞는 인권주일은 간과하기 쉬운 우리 국민 전체의 인권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시작하자고 권하고 싶다. 그 일은 생명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생명을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우리의 태아들도 죽음을 당하지 않을 것이고 더이상 우리 모두가 살인 대상이 되는 일도 없을 것이다.
우리 인간이 존엄한 존재인 것은 우리 모두 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하느님의 모상인 우리 인간이 존엄하고 귀한 존재임을 알리는 일은 교회와 신자들이 앞장 서야만 한다. 제13회 인권주일 담화 역시 인권의 신장은 바로 복음의 요구이자 교회 사명의 으뜸 자리를 차지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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