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제이자 친구이기도 한 바오로는 노래를 참 잘 부른다. 철강일을 하시는 분 답지않게 차에 기타를 갖고 다니며 짬이 나면 목청껏 한 곡을 부르기도 한다.
일요일이면 트럭에 들꽃마을 아이들이 좋아하는 먹을거리나 생필품을 싣고 고령의 우곡면 유곡리까지 가서 여러 형제자매들과 노는 것을 삶의 유일한 기쁨과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어느날 바오로 형제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여느 때처럼 노래를 가르쳤다. 그런데 어쩌다가「어머니 은혜」란 노래를 불렀는데. 예상과 달리 아이들의 반응이 별로였다.
곡이 맘에 들지 않아서 그런가 하며 다음에는 이연실의「찔래꽃」을 불렀다.
엄마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
어지간히 감성이 무딘 사람도 들으면 콧등이 시큰거릴텐데. 아직도 아이들의 반응을 별로였다.
바오로는 몰랐던거다. 아이들에게「엄마」라는 말이 주는 느낌이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을 세상에 태어나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엄마」고 마지막으로 부르는 그 지상 최고의 언어의 의미가 들꽃마을의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들꽃마을의 아이들에게 감동(영향)을 주는 말은 엄마가 아니고「수녀님」이나「신부님」 때로는「자매님」이나 「형제님」라는 것이다.
아침에 잠을 깨우는 이도, 밥을 주는 이도, 씻어주는 이도, 아프면 돌보아주는 이도, 이분들이니까.
일요일 저녁 어스름한 달을 바라보며 들꽃마을을 나서는데 마을옆 낙동강가 갈대숲 위를 기러기들이 후두둑 날아올랐다. 평소에 끼룩끼룩 소리로 들리던 그 울음소리가「엄마 엄마」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일행을 잃었을까. 외기러기 한 마리가 쓸쓸이 날아간다. 저 기러기는 자기 엄마를 알까. 그리고 엄마라는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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