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요양 갔던 친구가 다시 병원으로 왔다기에 남편과 병원엘 찾아갔다. 친구를 본지 불과 보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친구의 모습은 너무나 수척해 있었고 눈동자는 흐릿하게 풀려 힘이 없어 보였다.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는 짐작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친구는 나의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안 좋아 보인다며 사다놓은 영양제을 가져가서 한 병 맞으란다.『마리아, 나는 밥을 먹잖아. 나는 괜찮으니까 마리아 맞고 빨리 일어나야지』
그렇게 다녀온 지 3일 만에 친구는 세상을 떠났다.
어제 장례미사 때 신부님은『마리아는 암 말기의 어느 환자들보다 밝았으며 미소를 잃지 않았고 성서를 봉독할 때 자세가 흐트러짐 없이 성서 속으로 빠져 있었다』고 하셨다. 그만큼 마리아는 모든 걸 하느님에게 바치고 마음을 하늘로 향해 있었던 것이다. 이 땅에서 열심히 살았고 베풀며 살았었기에 마리아는 하느님 품으로 갔다고 믿고 싶다.
마리아가 수술하고 3개월 만에 나도 암 수술을 했었다. 그랬기에 우리는 서로를 위로했는 것 같다.
마리아는 사랑하는 가족을 남겨두고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분명 주님사업에 동참했을 것이다. 주님께서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다가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듯이 마리아의 죽음 역시 타락해 가는 세상을 향해 무엇인가를 던지고 갔다. 잃은 것이 있으면 분명 얻는 것이 있다는 말처럼 얼마 남지 않은 대림절을 기다리며 나의 마음을 정리해 본다. 언제 오실지 모르는 신랑을 위해 기름을 준비해 등불을 밝히고 항상 깨어 기도하며 기다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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