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파푸아뉴기니(P.N.G)에서 공소 방문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기다림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고 그냥 기다리는 것이다. 마을에 도착해 기다리면 그들이 다가오고, 그들과 이야기하며 땀으로 절은 몸을 씻고 쉬고 있으면 음식이 온다. 그러면 먹고 주님께 감사드리며 하룻밤 그들이 마련해 준 집에서 잠을 청한다. 아침에도 마찬가지로 기도하고 씻고 기다리면 아침식사로 얌이 나오고 휴식을 취한다. 신부님은 공소에 도착한 날 저녁에 고해성사를 주시고 다음날 아침식사 후에 또 원주민들에게 고해성사를 주신다. 고해성사가 끝나고 그들이 공소에 다 모이는 시간이 바로 미사 시간이다.
공소 방문 기간 내내 뜨거운 날씨와 모기, 개미 등 각종 벌레에 대책없이 몸을 맡겨 머리가 띵하고 온 몸이 간지러워 아무 데나 앉게 되면 우리는 긁어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런 모든 외부적 환경들은 그들의 검은 눈망울에 용해되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 공소에서 다른 공소로 옮길 때 마을의 젊은이들이 우리의 짐을 들어다 주었다. 나는 대한의 남아로서 칭피한 것도 불구하고 그들의 성의를 생각하여 짐을 건네주고 길을 나섰으나 다음 공소에 도착할 때가지 영 기분이 안 좋았다.
그 우람한 체격의 젊은 여자가 내 가방을 지고 맨 앞장 서니 동네 꼬마 아가씨 3~4명이 그 뒤를 따르고 뒤에 우리와 마을 청년들이 뒤따라가는 모습을 보니 P.N.G 여성은 참 강하다는 인상과 함께 그들에게 내 짐을 지운 일이 여성들의 여권 향상에 자그마한 기여가 되지 않았나 스스로 위안해 보기도 하였다.
악보도 없이 가사만으로 화음을 넣어 멋지게 노래를 부르며 기타를 연주하고, 호롱불 하나에 의지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밤기도하는 모습은 내 마음 속에 좋은 인상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넘치도록 자신의 음식을 마련해 건네주고, 우리가 먹는 것을 도와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받아 함께 먹는 모습하며 몸이 불편한 장애자들도 공동체에서 소외됨 없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것도 인상에 남는다.
마지막 공소에서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 우리에게 극진한 환대를 해줌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마지막 공소를 다녀올 때 입구에 한 줄로 죽 서서 마치 대통령을 영접하듯이 마을 사람 전체와 일일이 악수를 건네고 마을의 꼬마들이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목청껏 소리 내어 인사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린다.
공소 방문을 끝내고 성당으로 돌아올 때는 나도 해냈다는, 나도 먼저 이곳에 오셔서 사목하고 계신 선배님을 본받아 죽을 때까지 선교할 수 있다는 뿌듯한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호주 출신의 조셉스탈 신부님에게서 또 하나 배운점이 있다면 그것은 믿음과 희망 그리고 사랑이 아닌가 생각한다. 3주 동안의 짧은 체험으로는 수박 겉 핥기 식으로 그들을 알았다고 생각될 수 있으나 신부님과 함께 생활하면서 사목자로서 매번 신자들로부터 상처를 받지만 그들을 믿어 줌이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된다. 남이 나보다 조금 잘 못하지만 그들을 믿어주며 일을 맡김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한다. 이러한 믿음에서 지금보다는 특히, 신앙인으로서의 생활이 더 나아질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우리 모두 참된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
조셉스탈에서의 고귀한 체험 모두가 주님의 크신 은총이 아니었나 생각하면서 남은 한 달 동안 본 회 출신 신부님 밑에서 함께 생활하였다.
언어가 완벽하지 못했기에 많은 부분 잘못 이해했던 부분들이 우리 회의 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바르게 인식되었다. 본당에서 사목하시면서 우리 수련생들을 세심히 챙겨 주셨기에 더욱 뜻 깊은 시간이 되었다. 세 분 신부님들께 감사의 정을 전한다.
비록 두 달이라는 시간이 생각하기에 따라 짧게도 길게도 느껴지겠지만, 이제까지 내가 살아왔던 환경과 모든 면에서 달랐기에 많은 부분 충격으로 와 닿았다. 가장 힘들게 느껴졌던 점 중 하나는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온몸이 무척 간지러워 긁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던 순간이었다. P.N.G에서의 선교 실습을 마치고 우리 회의 지부에 모여 피정과 평가회를 가졌는데, 휴식 시간에 온 몸이 간지러워 샤워실에서 목욕하면서 바닥에 앉아 가려운 부분을 서로 10여 분 동안 긁어주고 샤워할 정도였다. 가려운 것은 아직도 말끔히 가시지 않고 나를 괴롭힌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주님께서 배려해 주신 그들의 가난과 고통과 어려움에 동참하고 연대성을 갖게 하는 계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세 분 신부님의 배려에 다시금 감사드린다. 그리고 이런 고귀한 체험을 하도록 배려해 주신 본 회의 총장 신부님, 원장 신부님 그리고 우리 신학생들의 영적지도 신부님이신 메리놀회 나현철 신부님께도 심심한 감사의 정을 표한다. 또한 P.N.G의 수도인 포트모레즈비에서 원주민 여학생들을 위해 수고하고 계시는 까리따스회의 세 분 수녀님들과 그곳 교민들의 친절하고 따뜻한 환영과 협조도 또한 잊을 수 없다.
끝으로 P.N.G의 마당 교구 내의 모든 신자들의 영육 간의 건강을 위해서도 주님께 요청해 본다. 나는 이번 두 달 간의 선교실습 체험으로 미래의 선교사로서의 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앞으로 남은 일은 내가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했던 모든 일이 앞으로의 나의 신학생 생활에 고귀한 가치들로 녹아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히 외국어 공부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 선교사로서 꼭 필요한 가난한 마음과 끝까지 선교사의 길을 가겠다는 뚜렷한 신념 속에 모두를 사랑하는 힘을 남은 기간에 배양해 나가야 하리라.
주님 고맙습니다. 신부님 감사드립니다.
P.N.G의 모든 사람들이여 비록 삶이 어려울 지라도 주님 안에서 항상 서로 사랑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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