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온 지 한 달 가까이 되니 의사선생님께서 수술을 해야 하는데 양쪽 다리를 다 절단해야 한다고 하여서 아내가 오른쪽 다리만 하면 안되느냐고 하였더니 쓰지도 못하는 다리에 무슨 미련을 두느냐고 하였답니다. 그런데 여기서 수술을 해야 하느냐 하는 것은 부모님과 아내간의 갈등이 심하였다고 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는 다리를 절단하고 죽으면 그냥 죽는 것보다도 못하고 절단을 하고 살아난다 해도 비관을 하며 아내를 못살게 굴어 나가 버리기라도 하면 병신 아들과 어린 손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 생각에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며느리한테 이야기할 수도 없고 아내는 수술을 하자고 부모님께 이야기 드려서 수술을 하고 난 뒤 죽어버리면 부모님께 원망 받을까 싶어 이야기를 못 드렸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망설이고 있을 때 중환자실 수녀님이 수술을 하라면서 권하시길래 아내는 수녀님의 이야기를 따르기로 결심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려 수술을 하였다고 하였습니다.
수술을 하고 나서 의사선생님께서 한 쪽만 해도 되어 한 쪽만 절단하였다고 하셨고 수술만 하면 모든 것이 다 되는 줄 알았는데 욕창과 절단된 다리 옆 엉덩이는 15cm가량의 찢어진 상처에 뼈가 검게 썩은 상태로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고 하였습니다. 양 손에는 포도당 영양제 수혈을 한다고 주사바늘이 꽂혀 있고 밥을 먹어야 하는데 목에는 넘어가지도 않고 그래서 중환자실에 보호자가 들어와 있을 수 없는데도 수녀님께 허락을 받아 아내는 내 옆에서 무엇이든지 먹여 보려고 같이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내 정신은 오락가락 하였습니다. 아내는 매일같이 의자에 앉아서 잠을 자고 가게는 시집간 여동생이 아침 일찍 와서 보고 남동생 학교갔다 오면 교대하고 아기는 하는 수 없이 시골 할머니가 데리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의사선생님이 자기들이 할 일은 다했으니 환자가 무엇이든지 많이 먹어야 한다며 여기보다 일반병실에 올라가 다른 환자가 먹는 것을 보면 좀 나을 것이라며 일반 병실로 옮겨 주는 것이었다.
정형외과 병실이라 전부 팔 다리 골절 환자뿐이었다. 내 몸에서는 냄새가 아직 나고 밥을 먹으면 토하고 옆에 환자 보기가 미안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아내는 안되겠다며 의사선생님께 다시 중환자실로 내려가게 해달라고 부탁드렸지만 그냥 있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내 몸은 앙상하게 뼈만 남아 있었고 밥을 먹으려는 숫가락을 들고 밥을 입에 넣으려 해도 팔에 힘이 없어 들어가지도 않았고, TV가 있는데 다른 사람은 재미있다고 보았지만 내 눈에는 화면이 아롱거리기만 할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때까지도 환자복도 입지 못하고 벌거벗은 채 이불만 덮고 소변을 보지 못하니 호스를 꽂고 있고 매일 상처에 치료도 해야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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