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웬 스티커가 그리도 많이 불어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내용도 다양하고 모양새도 천차만별이다. 자동차에 붙이고 다니면, 교통 법규를 위반했을 때 혹시라도 효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신문사나 방송국 이름이 찍힌 스티커를 포함하여,「나는 이래 봬도 외국의 아무개 학교에 다녔던 사람이오」라고 알리는 스티커도 흔히 눈에 띈다. 이삿짐센터나 짜장면집 스티커는 아파트 현관이나 입구 벽에 단골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최근에 이런 것들에 더하여 자연과 환경을 지키자는 내용을 담은 스티커들까지 한 몫 거들고 있다. 환경 보호를 하자는 스티커는 꽤나 모양 나게 생겼다. 빛깔도 디자인도 수준급이다. 한 장 만드는 데 족히 이삼백 원쯤은 들었지 않았을까 싶은 것들이다. 이런 스터커들은 특별하게도 장소에 상관없이 붙는다. 자동차에도, 지하철에도, 식당에도, 동네 구멍가게 유리창에도… 어디에나 붙어 있다. 다른 종류의 스티커들이 거리 미화의 차원이나, 차량 불법 부착물 단속의 차원에서 가끔씩이나마 제거되는 반면, 환경 관련 스티커는 비교적 특권을 누리는 편이다. 환경을 보호(?)하자고 붙였다는데 감히 누가 함부로 하겠는가 말이다.
그러한 모습의 스티커를 보면서 사람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 이제, 그 스티커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가 각성하여 세상이 정말로 깨끗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각양각색의 이름을 한 환경단체들의 상당수가 경쟁이라도 하듯이 저마다 스티커를 만들어 붙여 댔으니, 아무리 모양나게 만들었다 하더라도 별로 아름다워 보일리 만무하다. 환경단체들의 생색 내기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진 셈이다.
사실 우리 사회가 산업사회로부터 정보사회로의 진입이 시작된 이 시점에서 어떤 형태로든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만 했던 우리의 입장에서, 자연은 여느 산업사회에서와 마찬가지로 극복과 개발의 대상이었다. 자연과 우리를 더불어 생각하는 일은 차마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이러한 현상은 물질과 에너지가 부의 기준이 되는 산업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자연은 경쟁적으로 개발되어 있고, 그 과정에서 철저히 훼손되고 오염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로써 이제 자연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형태의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방 안에 공기 정화기를 두는 일이나, 돈을 주고 생수를 사서 마시는 일 등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 버렸고, 더 나아가 해수욕장도 아닌 도심에서 정장을 한 사람들이 피부암을 피하기 위해 햇빛 차단 크림을 바르고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환경문제는 먼 나라 일이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의 문제이면서 지구인 모두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이제「맑은 물을 되찾는 일」「쓰레기를 줄이는 일」「샛강을 살리는 일」 그러한 일에 앞장 설「환경 파수꾼을 길러내는 일」들이 그 어떠한 일들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어디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없다. 그런 일들은 오래도록 계속되어 성과를 맺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돌아가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러한 좋은 일들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고, 실효를 거두게 될런지 고개가 갸우뚱거려질 때가 있다. 사실 우리나라의 많은 사회운동들이 한동안 떠들썩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잠잠해져 버린 일이 여러 차례 있었지 않았는가 말이다. 요즘의 환경운동과 관련하여 그러한 걱정을 하게 되는 까닭은, 바로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환경운동들이 일면 생색내기 경쟁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환경단체는 단체대로, 재정을 지원하는 기업은 기업대로 생색 내기에 열심이다. 환경운동에 돈을 내는 기업들 중의 일부는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적당한 선에서 인사치례식 지원으로 가름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더욱이 자신들의 환경운동 참여가 언론에 의해 널리 보도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은 엄청난 모양이다. 이른바 홍보안배적 차원에서의 환경운동이라고나 할까?
이러한 모습은 심지어 언론들에서마저도 엇비슷하다. 자신들이 지원하는 환경운동에 대해서는 작은 행사거리라 하더라도 특별히 많은 시간과 지면을 배정하는 반면에, 다른 언론사가 지원한다 싶은 환경보호활동에 대한 보도에 있어서는 깜짝 놀랄 만큼 썰렁하다. 그래도 어떤 면에서는 최근의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 고조가 언론사의 생색 내기 경쟁의 덕분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요즈음 벌어지고 있는 환경운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생색 내기 경쟁이 지나친 것 같아서 내심 씁쓸한 기분을 떨칠 수 없다. 좋은 일들 하는데 생색도 날 수만 있다면 오죽 좋겠는가 마는, 본디 좋은 일이란 두고두고 남이 알아 주게 되어 있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 것이니, 당장 생색이 덜 나더라도 우리 모두 더불어 하는 환경운동이 모색될 수 있었으면 더없이 좋을 성 싶다. 그래서 그러한 노력들이 두고두고 이어지면서 좋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성서 말씀의 의미를 되새겨 보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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