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주일미사 때 좀 어처구니 없기도 하고 영 기분이 찜찜한 일이 있어 펜을 들었다. 주일미사 치고는 좀 한산하고 또 앞자리라 한의자의 이쪽 끝에 내가 앉고 저쪽 끝에 어느 한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영성체 할 차례가 되었다. 사정이 있어 성체를 못 영하므로 아주머니 나가시라고 옆으로 살짝 일어났다.
그때 아주머니 하는 말이『영성체 안 할 거면 나 좀…. 미사보를 안 가져와서…』그러면서 내 머리 위의 미사보를 휙 걷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때의 황당함이라니…. 어떻게 생각하면 별 것 아닌 일이고 내 성격이 예민한 탓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때 보니 이 아주머닌 미사보뿐 아니라 성가책도 없고 성서는 물론 없었거니와 주보 한 장만 앞에 달랑 놓고 미사 참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성체를 영하고 나서 바로 미사보를 돌려 주지도 않고 묵상이 끝날 때까지 계속 쓰고 있다가 마지 못한 듯『여기』하며 건네주는 것이다.
평일미사도 아닌 주일 저녁 미사인데 그렇게 철저하게 아무런 준비도 없이 참례하고 다른 사람의 미사까자 방해하는 그런 몰지각한 행동은 삼가해야 할 것이다.
성체 영할 때 미사보가 없다고 남의 머리에서 벗겨갈 정도로 형식을 중하게 여기는 신자라면 마땅히 성가책과 성서 등의 기본적인 미사 준비물은 갖췄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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