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면 19년 전 병원 응급실의 하얀 침대 위에서 죽음의 길로 가던 딸아이가 생각난다.
금방 말을 하고 뛰어놀던 딸이 죽음 직전에 다달았을 때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아기를 살려내려 노력했지만 아기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마지막이라면서 안아보라는 말에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고 아기가 죽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첫 아기의 죽음은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나에게 많은 아픔을 가져다 주었다. 지금은 다섯 아이의 엄마지만 위령성월이 되면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죽음은 시간 장소 대상을 가리지 않고 불현듯 현실로 다가온다는 것을 그때 분명히 느꼈다.
대체로 죽음은 우리와 멀리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런데 모든 것이 움츠려드는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오면 우리는 이렇게 잊고 사는「죽음」이라는 단어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죽음을 묵상하게 하는 이런 가을은 긴 겨울이 지난 후의 봄에 나오는 새싹을 준비하는 기간이다. 가을에 떨어지는 나뭇잎은 봄에 나올 새싹의 거름으로 준비되어진다. 모든 우리의 생활은 언젠가 올 죽음을 준비하면서 이루어져야 하며 때가 되면 아무 거리낌없이 새로운 생명을 위해 땅에 묻힐 준비를 해야 한다.
보고 싶은 딸의 영혼에게 안식을 빈다.『주님 불쌍한 영혼들에게 영원한 안식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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